겨울 여행은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으로 하얀 눈과 찬바람을 맞으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걸을 수 있다.
겨울 여행은 볼게 없을 것으로 생각하나 사실 풍경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겨울 풍경은 순백의 하얀 눈을 통해 분명한 여백과 하늘과 땅, 비어있는 공간을 보여주므로 해서 일상의 생각들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봄은 찰나고, 가을은 순간이라고 한다. 그 찰나와 순간의 아름다움은 스러져가고 순식간에 더운 여름이 오고 불현듯 겨울이 다가온다. 이 긴 겨울을 즐기고 누리는 법을 배운다면 사계절이 다 즐거울 것이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실내에서만 보내기 보다는 참 자연 안으로 들어가 있는 시간들을 통해서 자연으로서의 인간을 회복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쉼 없이 자연으로 나가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예천 보문사로 떠나 보자.
예천 보문사 초입에는 등 굽은 소나무 군락들이 하얗게 쌓인 눈을 힘겹게 이겨내며 호랑이의 기운을 받은 듯 용맹스러운 품새로 묵묵하게 보문사 길을 관장하고 있었다.
사찰이 있는 보문사는 학이 타고 노니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학가산(鶴駕山)이라 하고 예천 근방에서는 제일 높은 산으로 이날 보문사(普門寺) 주변 산은 도시에서와 전혀 다른 아름답고 눈부신 하얀 눈을 뒤 덮고 겨울을 나고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본사 직지사의 말사인 보문사는 예천군 보문면 수계리 학가산 중턱에 위치하고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의상(義湘)대사가 창건한 예천군에서 가장 오랜 된 사찰이다.
사찰 입구 우측에 하얀 눈 속에 ‘보문사 중흥대덕 보선당대선사송덕지비’가 우뚝 서 있고 초입에 일주문 대신에 연당이 조성되어 있으며 그 옆에 ‘석조약사여래좌상’이 있다.
그리고 보문사는 보조국사가 3년 동안 정진한 곳으로 ‘선과 교가 둘’이 아니라는 원리를 실증하여 선(禪)에서 심(心)과 성(性)을 내세워 불교의 기본 정신을 일깨웠으며 정약용이 1780년(정조 4년) 반학루에서 1년간 공부한 역사적인 곳이다.
현재 보문사 극락보전의 현판은 흥선대원군(1820-1898)의 글씨로 현재 극락전(문화재자료 제203호)과 반학루, 그리고 3층 석탑(유형문화재 제186호)과 적묵당과 염불당, 극락보전 동편에 삼성각과 나한전이 있다.
나한전 앞에 있는 삼층석탑(普門寺三層石塔)은 시도유형문화재 제186호로 자연암반을 지대석으로 삼고 있는 것이 특이하고 삼성각 편액에는 붓을 물고 쓴 동해어부 글씨(口筆)가 눈길을 끈다.
비워라 <서암(西庵) 스님>
많이 아는 것은 귀한 것이나,
그보다 더 귀한 것은 다 털어 버리는 것이다.
남을 이기는 것은 용기 있는 것이나,
그보다 더 큰 용기는 남에게 져주는 것이다.
가득찬 그릇에는 넘쳐 버리지만,
비어있는 그릇에는 담아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