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좋아하는 장공

정가(正歌)의 숲

장코폴로 2009. 3. 27. 22:20

공연/영화
강숙현 시가인의 두 번째 정가발표회
정통 ‘정가’를 들을 수 있었던 호기
장석용주간
 
ⓒ박현수기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강숙현의 여창가곡은 품위가 있어서 좋다. 그녀가 선정한 곡들은 문학적 내용과 전수과정 모두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에델바이스처럼 고결하고 정갈한 목소리로 양반들의 여유와 세상읽기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면당을 감싸는 우아한 정가의 향연은 음반에 담긴 기계음과 다른 묘성과 테크닉을 보여 주었다. 음미하듯 찬(讚)하는 시와 목을 타고 도는 애교 섞인 정가의 앙상블은 경관이다. 새즈문에 청(淸)을 붙여 읽는 한시와 칠언율시로 부르는 시조창은 희소성의 극치이다.

고전으로 착상된 모습과 자태, 대나무 통처럼 청량한 성로(聲路)는 사라질 뻔 한 정가를 여과 시키고 살찌우는데 적절한 온도와 양분을 제공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특히 12가사 중의 백미 ‘상사별곡’은 문학과 음악의 만남으로 가사문학의 맛에 빠져볼 수 있다.

넉넉한 마음으로 그녀의 정가를 듣다가 보면 그녀가 고정관념 속의 전통 ‘정가’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가곡, 가사, 시창, 시조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흐트러짐이 없는 고요함에서 현대적 변화의 수용은 그녀의 과제일 것이다.

가객 강숙현의 호기심에 이은 탐구심과 전통에 대한 연구심이 낳은 삼월 초여드레의 공연은 소리를 통한 순응자의 삶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정중동(靜中動), 그녀에게 불어오는 미풍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가객은 이동규, 김월하, 김호성, 조순자 선생 등에게 사사 받았고, 93년 한영애 3집 ‘이어도’, 96년 김준기 3집 ‘바람 그리고 외로움’, 2007년 이동규 남창가곡 ‘태평가’ 음반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번 발표회는 ‘강숙현 여창가곡 한바탕’ 음반 발매 기념으로 이루어 졌다.

‘소리’의 상대개념인 가곡, 가사, 시조를 중심으로 강숙현은 정가 발표를 편성했다. 그녀의 여창가곡은 시창/십이난간, 우조지름시조/석인이 이승, 가사/상사별곡, 가곡/편락, 편수대엽, 태평가로 음역의 확장과과 수사적 테크닉을 모두 감상할 기회를 주었다.

가야금,거문고,단소,대금,세피리,양금,장구,해금 등의 전통악기와 개량 고전 악기, 현대 악기의 조화로운 만남과 연주는 강숙현 여창의 품격을 놉혔다. 악기들은 여명에 아침에서 희망의 나라를 이르는 전 과정을 눈물이 날 것 같은 애절함으로 연주 관객의 심금 울렸다.
    
연주의 두 번째 마당은 권순형이 편곡한 현대속의 시조 ‘청풍명월’(평시조, 우조시조)을 시작으로 실내악단 ‘풍경이 있는 소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꽃망울이 터져 새벽을 불러오는 선율로 그 느낌으로 정가의 고즈넉을 깨고 평온의 옷을 가라 입은 노래와 연주였다.
  
고난, 평안, 희망을 교차 묘사하는 실내악의 ‘길’은 작은 피리와 큰 피리가 고난을 넘어 화평과 희망으로 가고 있는 우리를 묘사하고 있다. 민초들의 삶과 터전 위에 나라가 서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깨닫게 하는 장면이다.

국악가요 ‘인연’, ‘가시버시사랑’, ‘너영 나영’, ‘배 띄워라’는 사랑으로 신명을 채우고 이 조국을 눈물 아닌 희망으로 일어나도록 서로 격려하고 보다 듬는다. 그녀와 우리의 만남, 정진위에 퍼지는 외로움, 짝, 슬픔을 딛고 일어서자는 각오는 강숙현의 삶을 보여준다.

강숙현은 국악동요 ‘산도깨비’ 등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연기로 능수능란하게 노래했다. 정가의 엄숙함을 털어내고, 남녀노소의 폭넒은 공감대를 형성, 정가의 다음공연을 기다리게 한 테크니션이다.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비처럼 반가운 소식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