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의 옥수수
재해특구 홍천의 찰옥수수 축제
어제 밤, 집에 도착하니 작은 소포가 하나 와 있었다. 홍천군수(노승철) 명의로 되어있는 종이상자 속에는 홍천 대표 옥수수인 잘 익은 ‘늘푸름’ 옥수수가 여 나믄 개 들어 있었다. 지난 포럼에 대한 땡큐 노트를 이렇게 하는 모양이지만 열린 마인드로 은근하게 지역 특산물을 자랑하는 솜씨가 이만하면 프로수준이다. 군수는 뜻있는 문화행사를 열고 싶어 한다.
군수는 작은 선물에 기뻐하는 사람들을 머리 속으로 그리고 있을 것이다. 험한 세상에 몇 개의 옥수수가 서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가교가 되었다.
옛날에는 흔히 있었던 계절마다 신토불이 ‘음식’이나 ‘별미’식품을 나누어 먹던 일들이 이제는 높은 벼슬을 하는 사람일수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작지만 큰 정성을 담은 옥수수는 홍천과 환경, 인간과 정, 잊혀진 것과 세월 등에 대한 많은 것에 대한 화두와 테제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에 동서남북 길이가 어느 군도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군(郡)인 홍천의 홍수피해에서부터 홍천의 문화인물, 역사에 이르기까지 궁금증이 이어졌다.
나는 홍천에 친척이 없고 고향도 아니지만 홍천을 사랑한다. 홍천을 갈 때 마다 조금씩 달라붙는 정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이유 없이 좋아진 홍천, 잘 따져보니까 우선 인심이 좋다. 넉넉한 마음에서 여유로움도 번진다. 홍천도 이제 잔치를 벌이려고 한다. 최승희가 무대에 데뷔한 10월 25일에 맞추어 시작되는 춤축제가 기대 된다.
홍천을 고향으로 하는 사람은 세계적 무용가 최승희가 있고, 이미 국제 스타가 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있다. 이 두 분을 통해 홍천을 생각하면 약간의 윤곽이 나올 법 하다. 대홍천강을 끼고 험준한 산을 넘은 사람들의 강한 추진력과 인내심이 떠오른다. 예상 못했던 전국 3위 이내의 홍천 잣과 홍삼이 특산물이, 홍천 진상미와 늘푸름 한우가 바탕이 된 밥상이 홍천의 이미지가 믿음을 준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크고 늘 노란 알곡을 낳는 옥수수처럼 이 지역 출신들은 믿음을 준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찰옥수수는 틀림없이 맛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장마를 벗어나 다시 뻐꾸기와 산비들기가 울고 더덕이 향을 내뿜었다. 왜가리들은 한가로이 먹이를 찿고 있을테고, 땅을 갈 일이 없어진 소들이 여물을 축내고 있을 홍천.
수마가 휩쓸고 간 상처는 너무나 깊었다. 대지는 햇볕을 원했고, 아궁이 바닥처럼 달구어진 논밭에는 모래와 자갈이 벼와 콩, 깨 들의 숨통을 막고 있었다.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 그 큰 비 피해를 입고도 지인들을 위해 작은 정성을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을 순수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싶다.
8월 4일부터 3일간 홍천에서 ‘제 10회 홍천 찰 옥수수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이 축제는 물론 수재민 돕기 행사의 일환으로 벌어진다. 축제 기간에 맞추어 홍천에 가서 옥수수를 좀 사서 지인들에게 나누어 먹고 싶다. 군수님에게서 배운 전법이다.
애향심을 유발하고 홍천을 찿아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동봉 관광지도도 홍천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생각나게 만든다. ‘대(大) 홍천강’을 담은 수채화나 최승희의 샘물이 마르지 않은 추억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홍천 찰 옥수수는 아직도 잔잔한 감동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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