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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장코폴로 2015. 12. 21. 08:14

 

소설가 김훈 '현의 노래'와 춤꾼 황재섭의 조우…우륵과 가야금 기리는 울림과 사위의 만남

[무용리뷰]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기사입력 : 2015.12.15 16:23 (최종수정 2015.12.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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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의 신작 『금(琴)』은 한국문학과 춤의 만남 시리즈 세 번째 공연으로서 소설가 김훈의 '현의 노래'와 조우한다. 11월 마지막 주 화요일과 수요일 저녁 8시,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된 그의 작품은 심층 문학(주로 소설)을 춤으로 해석해내는 창의성과 철학적 함의를 담은 숙성의 수범으로써 정묘(精描)한 움직임과 수사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그는 문학과 춤의 만남시리즈로써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를 『나를 찾아가는 여행』, 단테 의 '신곡' 중 지옥편을 『사자(死者)의 서(書)』,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를 『유리』, 김영태의 '멀리 있는 무덤'을 『멀리 있는 빛』으로 무화(舞化)시킨 바 있다. 문학을 춤의 언어로 형상화 해왔던 그는 가야금의 본질에 주목, 이를 통해 일렁이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이야기해낸다.  

안무가 황재섭 특유의 개성있는 춤은 무용수들의 몸짓에 집중하게 만든다. 우륵과 가야금의 이야기를 김훈 특유의 상상력과 문장으로 풀어낸 '현의 노래'는 황재섭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고, 섬세한 그의 안무는 파장을 낳고, 울림으로 퍼져 관객들에게는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쇠물이 녹듯 흘러내리는 가야국의 비참한 현실, 칼의 길과 악기의 길은 같을 수밖에 없었다.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악기로서의 가야금, 금(琴) 자체와 악기에 투영된 '금(琴)' 이야기는 세상과 마주하는 오늘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소리란 사람의 것으로 목숨과도 같은 것, 우륵의 '금(琴)'은 지금까지 이어오지만 '금(琴)'을 손으로 가슴으로 품어 왔던 이들은 사라지고 없다. 평생 금의 소리에 집중하며 악기와 소리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우륵의 고집이 춤을 통해 전해진다.

고전의 춤 해석을 통한 재창조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안무가의 시선으로 처리해야하는 어려운 공정이다. 안무가는 1장: '물(物)', 2장: '쇠(金)', 3장: '금(琴)', 4장: '농현(弄鉉)', 5장: '여백(餘白)', 6장: '금(今)'의 6개의 장으로 구성된 『금(琴)』에서 춤을 공감의 영역으로 끌어내고 춤이라는 공간예술을 책의 감동과 절묘하게 접목시킨다.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안무가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단테의 '신곡' 등 해외의 유명 고전과 한국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 김영태의 '멀리 있는 무덤' 등 다양한 문학과 춤의 만남을 무대화한 바 있다. 그는 공간의 미학 창출,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음악, 무용수의 움직임이 빛과 만나 어우러진 공감각적 어울림을 시도하면서 도전적 미래 지향의 무용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모여 있거나 흩어져 있으며, 물결을 이루거나 장애물을 찢고 나아가는 소리. 김훈은 삶과 죽음이 '소리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라 말하며, 그 과정에서 소리가 머무는 울림판으로 쇠를 논한다. 쇠의 흐름과 쇠의 내막, 쇠의 세상은 소리의 길과 같다는 것이다. 정치와 예술, 권력과 욕망, 제도와 풍경, 국가와 개인, 언어와 자연의 대비 역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전통 공연에서 필수적인 가야금의 중요성에 비추어 우륵의 가야금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적 소재임이 분명하다. 우륵은 소리에는 나라가 없고 왕의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소리는 쇠의 흐름과도 같다. 우륵과 야로(대장장이)가 추구했던 자존과 비굴의 두 갈래 길, 그 흐름은 동서양을 떠나 지금까지 영원히 이어지고 있다.

안무가는 '금(琴)의 소리는 사람의 사는 일과 같다. 그 자체로는 물(物)이지만 사람과 마주하면 소리가 되고, 음(音)이 되고 인생(生)을 담는 이야기가 된다. 사람이 끌어내기 전에 한낱 명주실은 그 나름의 삶이 있었다. 실이 사람의 손에 의해 엮이고 나무와 만나 긴장을 더하면 삶을 이야기 할 도구가 된다. 우리 앞에 있는 가야금, 그것을 이롭게 사용하면 물(物)의 인생은 변한다.'고 생각한다.  

안무가 황재섭은 명작의 심도있는 무용화로써 춤의 대중화를 추구하여 왔다. 그는 미학적, 탐미적 표현방식으로 무용수들을 악기를 다루듯이 조율하며, 시각적 비주얼에서 심리연기에 걸친 전 과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안무 스타일은 신비를 끌어오는 마력을 소지하고 있다. 압도하는 기교와 연기는 거부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었다.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 출연: 김신기 최태헌 최지환 조한진 김하늘 손동근 김형진 오경은 김아람 이세희


● 안무가 황재섭 

*주요 안무작/ 『나를 찾아가는 여행』, 『사자(死者)의 서(書)』, 『유리』, 『멀리 있는 빛』, 『공부하기』, 『태(太) 그리고 회귀(回歸)』 외 다수  

*황재섭무용단 최근 활동사항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황재섭 안무·각본의 『금(琴)』
2012/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창작&춤꾼 출연 『장한가』(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팔일(八佾)공연 출연 『한량무』(KOUS 한국문화의집)  
문학과 춤의 만남 시리즈 5 <금(琴)>(춤과 의식전, M극장)  
우리춤 대축제(조택원의 『가사호접』, 김말애의 『굴레』) 독무 출연(강동아트센터)

2013/황재섭무용단 전통춤판 <황재섭의 우리춤>(서울남산국악당) 
황재섭무용단 우수레퍼토리 『사자(死者)의 서(書)』Ⅱ(Event Horizon,대학로예술극장 대 극장)

2014/황재섭무용단 ‘문학과 춤의 만남’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유리』(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