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상속 |
김 동 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나는 외국에 나가면, 대학, 도서관, 박물관을 주로 방문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언제나 건물의 입구에 적어놓은 사람들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기부자들 명단이다. 그 지역사회의 단체나 개인들이 이런 공공적인 일에 기꺼이 기부를 했고, 오늘 당신들은 이들의 기여 덕분에 이런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건물의 명칭도 이들 개인 기부자들의 이름을 딴 것이 많다. 알고 보면 상당부분 국민세금 덕 그런데 한국의 큰 대학이나 도서관 건물은 모두 애초 설립 당시 재단이나 국가 아니면 재벌 대기업이 지은 것들이다. 건물의 명칭도 재벌기업이나 기업가의 호를 딴 것이 많다. 물론 재벌 대기업들도 사회공헌의 큰 뜻을 갖고 그런 기부를 했겠지만 과연 회사 돈이 아닌 개인 돈을 기부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국에서는 상속세 폐지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사람들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거부들이다. 워런 버핏은 “사회의 자원이 부의 귀족왕조로 불리게 되는 식으로 대물림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큰 부자든 작은 부자든 ‘사회의 자원’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 상속보다 사회 인프라에 기부를 그런데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미국의 기부자들은 주로 대학, 도서관, 의료기관, 박물관 등 사회의 인프라, 그 사회의 지속성과 관련된 것에 기부를 한다. 즉 건물 등 외형적인 것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일,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한다는 말이다. 기부금품 모금 통계를 보면 한국의 기부는 자선사업이나 국제구호가 대부분이고, 기부금 모금단체도 종교단체가 대부분(66%)이고 교육단체는 6%에 불과하다. 한국인들은 재해나 불우한 사람들에게 즉흥적으로 내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자선도 칭찬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선을 베풀 대상이 줄어드는 사회를 만드는 일, 그것을 위해 일하는 세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바로잡는 일에 젊은이들이 더 많이 헌신할 수 있고, 더 많은 학자들이 그런 주제로 연구하고, 더 많은 언론인이나 정치가들이 그 일과 씨름해야 법과 제도가 바뀌게 될 것이다. 자선보다는 교육, 사회운동, 정책과 정치를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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