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아스트 박관정 안무가의 일관적 안무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 중의 하나인 『이상(理想)한 세계』는 예술과 흥행 사이에서 자신의 춤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작업으로써, 그녀는 춤을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춤으로 소통하고 그 문화적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의 ‘춤 퇴적층’의 기반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녀는 ‘침묵의 저편’의 소리를 자신의 소리로 인식한다.
그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 중요한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화가 단절되므로 인간관계의 단절을 초래한다. 그들은 깊은 신뢰와 공감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 인간관계의 유지가 어렵게 되고 인간관계를 폐쇄적으로 처리하는 현상을 많이 보인다. 농아 조직(The Tribe)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박관정의 간파는 ‘어둠속의 댄서’와 같은 감동을 낳는다.
거꾸로 선 박쥐의 모습, 농아인들은 박쥐를 닮아있다. 어색해 보이지만 밤이 되면 박쥐는 하늘을 날고 사냥도 잘한다. 상상을 뒤집는 박쥐처럼 농아인들도 그들의 닫힌 세계를 열면 그들의 모습은 춤이 되고, 인간 존재의 신비와 정상을 뛰어넘는 박동을 보여준다. 공감의 세레모니, 『이상(理想)한 세계』는 컬러 필터의 색을 걷어내고 정상의 세계를 지향한다.
농아인의 인간적 신뢰감과 공감적 이해의 결여에서 오는 폐쇄적 인간관계와 주변에 무관심해져가는 개인주의 사고방식이 가득한 세상은 결국 귀가 들리지 않는 농 문화(Deaf Culture)와 다를 바 없는 현 사회의 모습과 닮아 있다. 무수한 희생과 외침에도 꿈적 않는 사회에 대한 박관정의 깊은 내면의 성찰은 독창성을 확보하고 이 춤의 존재 이유가 된다.
춤은 그들의 닫힌 세계를 상징하는 바닥의 그림자 효과에서 시작된다. 안무가는 자신의 생활의 일부가 디지털 시대의 농아인들과 같다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자유로운 것 같지만 철저히 차단된 집단의 외로움이 그녀에게 스며든다. 고립된 세계 속에 춤꾼으로서의 경험과 이야기, 생활 방식이 작품에서 농아인으로 표현된다.
연기자들의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는 손짓은 이미 익숙하게 보아온 것들이며 정상으로 여겨져 왔던 것들이다. 안무가는 모든 상황을 동화적으로 풀어가며, 손동작과 표정연기에서 다름의 가치는 인정된다. 자기만의 세계와 단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스판의 통자루 여인은 ‘안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자연주의적 가치를 준중하는 춤은 모두가 통자루를 뒤집어쓰고, 벗는다.
박관정,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고 하나로 포용하려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녀는 자신의 독창적인 춤 색깔로써 자신의 춤 틀을 만들었다. 그녀가 현대무용을 대하는 교양있는 자세는 춤의 일반화에서 오는 오류를 바로 잡는다. 그녀의 춤은 훌륭한 춤이 갖고 있는 구조와 춤의 본질을 지향한다. 그러한 춤의 전통에서 그녀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건투를 빈다.
● 출연: 최은지, 박관정, 김민석, 박다은, 강지현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