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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장코폴로 2015. 10. 30. 10:34

도미부인에 걸친 과거·현대여성의 정절과 순결

[무용리뷰]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기사입력 : 2015.10.28 11:05 (최종수정 2015.10.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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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2015년 M극장의 ‘우리시대의 춤과 의식전’에 초청된 정형일(정형일발레크리에이티브 대표) 안무의 신작 『격정, Red Motion』은 도미부인을 동인(動因)으로 하여 과거와 현대인들의 ‘여성의 정절과 순결’에 대한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안무가는 과거의 여성들이 삶과 성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탐색하고 정리해낸다. 

2015/2016 시즌 정형일은 주역으로 활동했던 미국 유진발레컴퍼니에 자신의 기량과 안무력을 보여줄 안무작 『꽃, Flower』를 수출하기로 약속되어있다. 한국 컨템포러리 발레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발레의 미적 구도를 위한 미니멀하고 세련된 무대와 영상을 구현하며, 이미지가 축이 되는 움직임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구조적 조형미를 견고하게 구축해왔다.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도미부인은 실존했던 백제시대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이다. 정절을 지키기 위해 권력 앞에서 죽음을 불사한 도미부인의 용기와 정신은 외부의 그 어떤 힘도 둘의 사랑과 절개를 깨트릴 수 없었음을 의미한다. 합리적 형태의 사랑을 하는 시대, 정절을 무엇이라고 답할 수 있으며, ‘우리의 관습적 정절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정형일의 ‘정절’은 호기심을 불러온다.  

금년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PAFE) 선정작인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에서 첫 장면에 등장하는 남성의 예물함은 남성들의 이기적 욕망과 권력을 상징한다. 여성의 머리카락은 여성의 사랑 혹은 정절을 의미하고, 여인들은 남자가 건네준 함에 머리카락을 넣는다. 과거 여성들의 모습들처럼 평생 한 남자만을 섬기고 사랑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안무가는 백제시대 한 부부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를 재조명하기보다는 당시 사회가 여성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여성의 성에 대한 관념과 관습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항상 정숙해야 하고 남편을 위해 반드시 굳세어야만 했던 극단적인 절행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개인의 자유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지 담론의 장(場)을 연다.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전개되는 춤 속에 나타나는 얼굴가리기는 자신의 마음속의 열정과 관습 사이에 일렁이는 마음을 나타낸다. 상상은 바닥에 누운 상태로 진행되고, 다양한 동작을 낳는다. 암전 속에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 종으로 선 여남여남의 네 사람, 가벼운 떨림으로 현대발레의 간결하고 경쾌함을 표현해내면 조명은 하이키라이트를 지향한다. 

정절 혹은 순결에 대한 일방적인 관습의 역사 속에서 과거 상투와 도포자락에 감춰버린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와 이기심. 정절과 순결의 ‘족쇄 이데올로기’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 가지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지식과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 사회적 잣대에 둘러쳐진 굴레에 대한 반항의 몸짓이 보여진다. 

자신의 주장을 나타내는 여인들의 춤, 남성들의 춤, 그들은 두 쌍의 남녀로 조화를 이룬다. 춤과 사유, 남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 두 명 앉아서 손을 잡는다. 이어 ‘열정의 여인’의 독무가 진행된다. 장중과 경건의 바이올린에 따라, 다양한 자세로 춤이 전개된다. 피아노가 열정에 대한 갈등과 진지한 성찰을 설명해내면 백색 조명의 도움을 받은 5인무는 종료된다. 

『격정』에서 안무가가 사용한 음악은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Arvo Part), 쇼팽(Fryderyk Franciszek Chopin),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곡들로써 그레고리안 성가적 경건함, 흔들리는 마음을 표출하는 낭만, 자신의 분분을 찾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여인들의 순수한 영혼을 찾아가는 내용은 절제된 동작 속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표현된다. 

정형일, 발레 장르가 갖는 매력을 들추어내어 자신의 장점인 간결한 몸 언어로 거대한 상징의집을 완성해 내는 안무가이다. 그가 구사하는 춤은 시적 아름다움을 갖고 있고, 세련된 구성미를 보여준다. 촘촘히 쌓여있는 이미지들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신체의 조형미가 강조된 것들이다. 『격정』은 ‘자신의 안무작’의 성격을 또렷하게 보여준 수작(秀作)이다. 
(출연 김성민, 김시은, 류형수, 정형일, 홍세나)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한양대 및 동 대학원 졸업  

현) 정형일 ballet creative 대표  
전) 국립발레단 단원 
전) 미국 dance theatre of harlem  
전) 미국 eugene ballet company 주역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정형일 안무의 『격정, Red Motion』
2008 한국을 빛낸 발레 스타 초청공연 
2009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 아트 프론티어 선정 
2010 제13회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전’ 신인안무가상 수상 
2011 제32회 서울무용제 자유참가부문 최우수단체상 
2012 제15회 크리틱스 초이스 평론가가 뽑은 젊은안무가 선정  
2012 제18회 춤평론가협회 춤연기상수상 
2012 창작팩토리(발레) 지원사업 제작지원 선정 
2013 문화관광부 창작팩토리 발레부문선정 
2013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 7 수상 
2013 PAFE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에 선정 
2014 창작산실 우수재공연 선정,  
2014 경기문화의 전당 재단출범 10주년 초청공연,  
2015 PAFE 경기전문예술창작지원에 선정 

장석용 글로벌 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