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M극장의 춤 반란
파이낸셜 뉴스 기사입력 2007-02-04 13:12기사수정 2007-02-04 13:12
지난 3일과 4일 아이디어가 충만한 안무가들의 M극장에서의 춤 반란이 있었다. 도발과 혁명을 앞세운 작은 춤들의 큰 뜻은 과히 질풍 노도(Strum und Drang)의 함성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방법론을 제시한 일군의 안무가들은 손영민, 이보경, 김유미, 김우석이었다.
춤 장르를 초월해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파격과 품격, 묘미를 겸한 작은 춤의 제전에는 기성 춤들의 가사상태를 꼬집는 다양한 실험작들이 자유로움을 수반하여 등장했다. 해탈의 경지를 여는 듯한 춤들은 코믹성과 창의력을 겸비, 친밀감을 주며 심각하지 않았다.
즐기듯 춤춘 그들의 춤에는 춤꾼 이상으로 관객들이 즐거워하고 있었다. 클래식에서 현대 음악에 이르는 음악사용과 창과 랩이 혼재된 공간에는 이질적 요소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퓨전의 역사가 탄생되었다. 당대의 코리언 포스트 모던이즘이 춤으로 정립되고 있었다.
기성세대에 대한 반란의 노골적 상징은 표출은 손영민의 『커피, 담배, 그리고 그녀』에서였다. 기호와 인식, 색감과 탈리(脫離)의 변주는 상상과 진전의 세러머니에 흡족한 것이었다. 손영민의 눈에 비친 일상사는 웨인 왕의 『스모크』에 크로스 된다. 일인칭 시점으로 살펴본 몸, 시간, 감정에 대한 에세이에서 ‘세상은 여전히 살아볼 만한 곳이다.’
이보경의 『거짓 웃음 Ⅱ』는 『거짓 웃음』에서 진일보한 세련된 메터퍼로 사랑과 괴리의 진한 그리움의 아픔의 실체를 ?h아 이를 마음속으로 삭이고 즐기며 극기하는 노련함이 포착된다. 이 작품은 세상을 조금은 이겨낸 여성의 진지한 사랑을 꿈꾸는 여성다움이 베어있는 페미니즘의 실체를 읽게 해주는 담백한 작품이다.
반란의 실체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알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이었다. 기성세대들의 매너리즘을 탈피하여 목표를 정하고, 꿋꿋하게 태풍의 핵으로 뛰어드는 안무가들, 그들은 위기를 감사의 대상으로 삼았다. 춤의 전사인 그들은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들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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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는 진주교방굿거리춤을 회고하며 그 전통 숨 사위의 주인공과 자신을 대비, 오늘을 반추하는 『숨은 꽃』으로 예인의 능란한 전향적 자세를 선보였다. 이현진, 임승인, 김미애, 박성식과 환상적 하모니로 전통과 창작의 묘미를 한꺼번에 보여준 이 작품은 특히 자신감에 바탕을 둔 구성으로 현란한 하이테크닉 코리언 모던 클래식의 진수를 낳을 수 있었다.
춤 인식에 대한 스타일과 타입의 변화는 비쥬얼의 변화로 이어졌고, 그래서 춤꾼들은 관객들의 풍경이 되었고, 악기가 되었으며, 시가 되었다. 수직과 수평, 영역과 공간, 고정관념을 타파한 춤은 현대 춤에 가야금이 등장하고, 한국 창작춤에 전자음을 사용하게끔 만들었다.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반란군들의 춤에서 원은 직선이고, 부드러움은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혼돈을 초래할 정도의 자유로움을 차단한다. 끊고 맺음을 조절하는 수완과 능력을 보이는 이들이야말로 프로성을 띄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우석의 『훔친 사과』는 원죄설을 모티브로 하여 사과에 상징성을 부여한다. 설익은 사과는 풋풋함이 있어서 좋다. 그의 컨테이너는 사랑의 진정성을 채워 넣기에 넉넉하다. 그가 전개한 사랑의 수사법은 김정미와의 조화로운 파트너쉽의 대입항을 생각하게끔 만든다. 프레임을 흔드는 사랑에 관한 독특한 발상은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춤 반란군들이 그들의 실험을 바탕으로 정진하여 제자리를 잡을 때, 우리 춤은 세게 춤으로 성장하여 있을 것이다. 이들의 불굴의 노력은 보답을 받을 것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