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김호은 카시아무용단의 『인연, 因緣』은 우리춤협회의 우리춤축제의 축하공연에 초대된 작품이다. 안무가 김호은(계원예고 무용과 교사)은 내용과 소재를 그리움에서 찾았고, 연(緣)은 가족의 상실과 자신의 성숙에 걸친 모든 것에 걸쳐있다. 그동안 그녀는 한(恨)을 모티브로 한 안무작들을 다수 발표해왔다.
스승 김백봉, 김말애의 ‘로고스의 모방’으로 출발한 김호은은 그들의 사상, 이미지 구성, 비유, 도식 등을 연마해 왔다. 스승의 정서를 답습, 관객들의 심리를 통찰하고, 합리화에 이르는 방법을 찾아낸 하나의 출구의 본보기가 된 『인연』은 정적 공간의 동적 춤 수사로 그녀의 섭정(攝政)은 교훈적 진전의 의미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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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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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 |
막의 양 측면에서 별빛처럼 쏟아져 나온 남녀가 그리움의 이인무를 시작하면 춤은 유선을 타고 ‘스친다해서 가볍지 않은/머문다해서 버겁지도 않은/오랫동안의 은혜로운 축복이었다가 갑작스레 뜨거움으로 돌변하는/무심코 돌아나온 돌담벽에 촘촘히 박힌 기억들처럼 ..../무심코 다가오는 애잔한 그 이름! 인연/’을 암시한다. 주발의 울림, 샤막이 걷힌다.
서정을 이루는 요소들, 둥근 달, 다리, 창(窓)등을 시각적 장치로 두르고, 삼십 여명에 달하는 춤꾼들은 사랑의 애절함을 메꾸는 형상화된 꽃들로 전이(轉移)된다. 여백을 걷어버린 사운드는 박진감과 감동을 재촉한다. ‘움과 숨’의 에너지는 ‘인연의 소중함’을 추상화의 덧칠처럼 덧칠하고 벗겨낸다. 무심한 세월 속에 스쳐간 인연, 간극에 대한 아쉬움은 강박처럼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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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
김호은의 안무는 복합구성이다. 그녀는 시절인연들의 만남, 헤어짐, 재회의 일상의 모습들을 그리움, 설레임, 갈등과 환희의 감정으로 표현한다. 방법론으로 젊은 날의 인연을 상징하는 남, 여 듀엣과 현실의 인연의 남, 여 듀엣의 모습으로 형상화 시킨다. 드레가 있어 보이는 이 주역들은 그리움의 표상이거나 이루어지지 못한 한(恨)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33인의 춤꾼들의 춤은 반지랍다. 김호은 춤의 진법 수준은 군무에서 확연히 드러나는데, 가벼운 마음의 흔들림 속에 전개되는 달밤의 서정은 정결한 신비를 불러내고, 전통 속 현대적 역동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싱그러움과 풋풋함이 미래 가능성으로 다가오는 ‘인연’은 ‘끈’으로 한 점, 두 점, 모두 점은 푸른 희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인연』이 피날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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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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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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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 | |
『인연』은 진법에서 보이는 묘미, 무용수의 조합에서 이루어 내는 가변성, 구음과 사물에서 현대 실내악에 이르는 사운드의 활용, 서정을 극대화 시키는 안무력, 연청에서 보라에 걸친 색감, 보드라움에서 거침에 이르는 춤결 고르기, 감정이입을 위한 다양한 형상화, 갈무리된 동선, 음전한 춤사위가 조화된 비범이 숨어 있는 안무작이다.
2006년 창단된 계원예술고등학교 모체의 카시아무용단이 선보인 이번 창작무 『인연』은 젊은 무용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대지에 작은 씨앗을 틔우려는 염원이 돋보인 작품이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카시아무용단은 문화 소외 계층에게 재능기부로 봉사를 해온 단체이다. 건강한 속살과 밝은 꿈을 던져주는 지향성이 빚은 『인연』은 그래서 값지다.
김호은은 김백봉류의 신무용 구도의 다양성에 초점을 둔 군무의 전개를 통해 전통 속 창작무용의 역동성에 진력한다. 한국춤 통섭에 집중, 심장의 박동을 느끼게 하는 그녀는 조성(調性)과 전조(轉調)는 타 작품과 강도를 달리하고 있다. 조명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그녀는 사막의 선인장처럼 농축된 에너지를 빛으로 대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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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은 안무의 '인연' |
경전이 된 김백봉 춤본, 김말애 춤본을 소중히 하며, 그녀의 발견공리(發見公理)는 박완호의 시 ‘외도’에 머문다. ‘그리움의 거처는 늘 바깥이다. 그리운 이여, 너는 항상 내안에 있다’ 김호은의 『인연』은 스승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하지만, 그녀도 베다찬가의 주인공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녀의 지혜, 의지가 바른 사회를 만들고, 사람들과 늘 즐겁게 ‘연’을 만들길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