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 이미지를 춤에 접목시킨 개념적 패션 퍼포먼스
한국평화사절단의 UN방문, 계사년의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추모하고, 전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행사의 서(序)가 조계종으로부터 발원되었다. 춤으로 쓴 책문(策文)은 알리기, 느끼기, 공감하기에 걸쳐있다. ‘오방이 내게 왔다. 사연을 안다고 했다. 바람이 불고 세월은 흘렀다. 미풍에 실려 평화가 왔다. 위로가 필요하다. 단청이 춤을 춘다.’
2012년 9월 26일(수), 저녁 일곱 시, 조계사 나무갤러리에서 ‘천년의 문화, 천년의 평화’라는 주제어가 붙은 이기향 예술감독, 홍선미 안무의『단청, 춤추다』가 갈라 형식으로 공연되었다. 화답한 춤은 ‘슬픈 역사를 끼고, 황홀에 이르는 꿈’을 선사했다. 본격 공연은 금년 11월 2일(금) 뉴욕의 인터콘티넨탈 더 바클레이 뉴욕 호텔' 평화의 밤‘ 행사에서 보여 진다.
한국평화사절단은 증명에 총무원장 자승스님, 총재에 포교원장 지원스님, 방문단장에 범어사주지 수불스님(불교신문 사장)으로 구성된다. 이에 동참하는 행사가 오방색 단청을 소재로 한 패션 퍼포먼스 『단청, 춤추다』이다. 미국에서 세계빈곤국아동구제기금을 전달하고, UN 참전 상이용사 위무 등 다양한 용도의 이 퍼포먼스는 치유의 춤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단청의 오방색에 홀린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이기향(한성대 패션예술학과 교수), 춤에 관한한 주제에 밀착된 농밀한 몸 언어를 구사하는 홍선미(안무가), 두 사람의 만남과 협업이 의미하는 것은 춤 생태계에 민족의 색깔을 입히고, 단청을 주조로 하는 디자인에 수혈을 감행하여, 환호의 빛깔과 ‘현란한 색의 소생(蘇生)’위에 움직임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패션에 한국인의 얼을 담는 이기향, 불법(佛法)을 동인(動因)으로 한 그녀의 예의(藝衣)는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면서 지키내지 못하고 잊혀진 색과 디자인의 상부구조에 ‘단청미학’을 명제로 상정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슴 아린 현대사 6.25 전쟁이 이기향의 의상에 착지, ‘오방색 단청’의 기억‘으로 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난(亂)의 과정과 후기는 평화와 정토에 걸쳐있다.
먼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상상력을 끌어와 절집의 단청에 이르는 이기향의 이타적 패션 보살행은 작품의 심도를 높인다. 그 정신적 흐름으로 홍선미 안무의『단청, 춤추다』는 이기향의 패션에 대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춤의 클래식화로 깊은 울림을 준다. 그녀는 무용수의 신체 본질을 부각, 단청의 화려함과 한국적 정서, 분단의 아픔, 평화 등을 폭넓게 표현한다.
『단청, 춤추다』는 프롤로그 ‘춤추는 단청’, 1장 ‘찢겨진 단청’, 2장 ‘단청을 향한 몸짓’, 3장 ‘하나 된 단청(패션 쇼)’, 에필로그 ‘화엄’ 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무용수들에게 분출되어지는 미묘한 에너지를 활용하여 한국적 정서를 그린 화평의 시절, 오방색 단청의 천을 가지고 놀던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놀이가 펼쳐진다. 몸은 단청이 되어버린다.
1장; 둥근 오브제에 의한 분단의 상징적 표현, 2장; 죽은 자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한 남성무용수의 현대적 움직임과 한국의 춤사위를 접목 시킨 깊은 호흡의 오열과 갈망 3장; 드레스의 특성에 주력한 절제된 동작으로 현대 감각이 돋보이는 드레스에 의한 평화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움직임이 이어진다. 에필로그; 다양한 움직임 속에서 미륵의 모습이 보인다.
『단청, 춤추다』속에는 한국의 역사를 토대로 한국 불교가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빈곤과 전쟁에서 파생되는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공유하는 화해와 공존의 미덕이 지구촌에 퍼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두 장인이 소통과 사교의 스킬로 택한 이 작품은 완벽하다.
황병기의 가야금연주(캐논), 김수철의 한국적 정서를 그린 음악,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변주곡이 깔린 갤러리의 좁은 전시장은 꼭 필요한 분들의 꼭 필요한 움직임으로 열린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청을 이고, 단청이 흐르며, 단청이 살아나오는 연기는 가야금 소리와 어울려 환상, 그 자체를 연기해 내었다. 좁은 공간에서 오방의 모임, 군무는 환상이었다.
춤이 무르익을수록 이기향의 디자인은 향을 발하고, 담론을 조성하며, 관객들에게 흡착포를 댄 듯한 느낌, 2남 4녀의 배합이 만들어 낸 놀라운 춤 에세이는 새소리의 노래에서 시작되어 이 작품이 끝날 때 까지 균형감을 유지한다. 홍선미무용극단NU단원 박지숙, 백지연, 안태영, 강민경, 김대웅, 김예일의 열연은 이후의 공연의 규모와 완성도를 가늠케 하는 척도가 되었다.
이기향은 스카프의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창출해내고 있다. 그녀는 젠(선,禪), 보살행, 환희, 열정, 기운, 해돋이 등을 상업적 브랜드 ‘휘향’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녀의 색채가 발산하는 아름다운 향기는 홍선미의 춤과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두 명의 아티스트가 작심한 『단청, 춤추다』는 성공적 크로스오버의 전범(典範)이 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