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뮤지션 레이 챨스의 일대기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레이』
제작․각본․감독 그 모든 것이 영광이 된 지금, 인본주의자 테일러 핵포드 감독을 생각한다. 을유년 환갑을 갓 넘긴 노장 감독이 풀어 헤진 작품은『사관과 신사,82』,『백야,85』,『돌로레스 클레이븐,94』의 감동을 훨씬 뛰어넘는 수작 『레이』였다.
맹인 '레이 찰스 로빈슨'에겐 음악만이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창이었고 안식처였고, 아울렛이었다. 그는 1930년 9월 23일 특히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조지아 주 알바니에서 태어났다. 그의 탄생과 유년의 삶 자체는 ‘어머니’라는 작은 신 말고는 모두가 저주였다.
이 비극적 삶이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음악의 본향이었다니 신이 인간을 희롱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레이』라는 영화는 감동으로 응축되어 있고, 신과의 소통을 위한 유쾌한 코미디이다. 그리이스․ 로마 신화, 히브리 민족의 수난, 바슐라르의 물을 생각게 하는 절묘한 소재를 생각해낸 감독의 혜안이 경이스럽다.
소울 명장인 흑인을 다룬 실화는 제이미 폭스의 완벽한 연기로 이미 헐리우드 외신기자 클럽에서 수여하는 올해 골든 글로브상 뮤지컬․코미디부문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 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영화이지만 연출, 연기, 음악은 특히 뛰어나다.
어둠, 가난과 차별의 벽을 넘어 일어서는 레이와 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연기자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를 구축했다. 삶 자체가 극적인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는데 익숙한 헐리우드, 감독은 출향하는 레이에서부터 귀향하는 레이의 대장정을 흐느낌과 안타까움, 안스러움으로 지켜보게 한다. 그러나 절대 승자는 레이, 세상은 레이의 편이었다.
이 영화가 또 대중의 인기를 끄는 비결은 레이의 중심에 어머니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난관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용기를 준 어머니, 그 영원한 틀은 견고했으며, 레이의 인격과 음악을 이루는데 있어 성모 마리아의 아가페적 이미지로 다가온다.
죄책감과 환영, 방황과 외로움, 이 모든 괴로움 딛고 일어서는 바로 당신, 레이. 그대는 그대의 아픔으로 우리를 치유해내는 뜨거운 빛줄기였다. 탁월한 청각을 바탕으로 연마한 감각적 피아노 타법과 창법은 가스펠과 블루스를 믹스하게끔 만든다.
제이미 폭스의 익살스런 걸음 거리와 가벼운 미소, 자신감 넘치는 태도, 영혼이 담긴 목소리,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관용, 심지어 마약까지 사랑한 가수이기도 했다. 특히 레이가 마약을 끊고 부활하는 장면에서는 유년에 잃은 시력 씬을 보듯 모두 감동의 눈시울을 훔친다.
74세로 유명을 달리할 때 까지 100회 이상의 콘서트와 13번의 그래미 상 수상 경력은 그의 음반 하나하나가 ‘이 한 장의 명반(名盤)’의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한다. 152분의 필름에 담긴 40곡의 ‘레이’의 격정적 삶과 아악(雅樂)의 극적 전설은 감동이외의 표현이 없다.
문화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