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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케팅 PR 연구 : 영화 <워낭소리>를 중심으로-서성희 (경일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장코폴로 2014. 2. 7. 23:54

영화 마케팅 PR 연구 : 영화 <워낭소리>를 중심으로

서성희 (경일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1. 들어가는 글

2009년 한국영화계는 독립영화들이 빚어내는 이변으로 술렁이며 한해를 맞이했다. 예술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상영하던 독립다큐멘터리<워낭소리>가 7개 개봉관에서 188개 상영관 수를 확장하며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관객동원인 3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영화 자체의 힘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은 예상했지만 경이로운 관객동원 기록은 두 가지 관점에서 한국영화계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먼저 <워낭소리>는 한국영화의 획일적인 개봉방식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그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영화의 개봉형태는 크게 광역개봉(wide release)과 플랫폼 개봉(platform release), 제한개봉(limited release)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워낭소리>는 한국에서 거의 성공한 사례가 없는 플랫폼 개봉방식으로 성공한 영화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영화계의 배급방식은 대부분 300-500개의 극장에 동시에 개봉하는 광역개봉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광범위한 관객에게 보다 빨리 다가가기 위해, 시사회의 평이 기대보다 못했다면 관객의 혹평이 퍼져 흥행을 망치기 전에 신속하게 개봉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광역개봉 영화는 개봉 사흘 만에 승부가 난다.

그렇지만 플랫폼 개봉은 일명 슬로우 개봉형태로 하나의 극장 혹은 주요 지역의 몇몇 극장에서 개봉하여 비평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평가를 기다렸다가 극장을 천천히 늘려가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전과 비평 등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은 마케팅에서는 MPR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워낭소리>는 이런 관점에서 MPR을 성공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MPR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서 흥행 이변을 일으켰던 독립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성공사례를 분석하고 영화 홍보라는 연구 영역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이 연구는 영화<워낭소리>의 MPR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영화와 MPR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연구 대상으로 채택한 <워낭소리>의 자료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법을 사용했다. 우선 본 연구는 문헌조사를 통한 기술적인 연구 방법론인 사례 연구를 사용하고자 한다.

사례 연구는 실질적인 질문들을 통해 실생활의 맥락(context)에 존재하는 현상을 조사할 때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상과 맥락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실제 상황에서 맥락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 때, 그리고 많은 증거들이 이용될 수 있을 때 이 연구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사례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인 현상에서 유용한 정보를 유추하는데 적당하다. 또한 주요한 변수 혹은 변인에 이론적 근거나 정확한 측정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사례연구 방법은 실험 연구나 서베이를 통해서 얻는 지식보다 자세한 정보를 갖게 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사례 연구의 약점은 개별적인 사례 연구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개개의 현상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중요한 법칙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워낭소리>의 전반적인 MPR 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문헌 연구와 인터뷰 방법을 사용하였다. 먼저 문헌 자료로 신문 기사, 통계 자료, 기존 연구 등을 이용했다. 신문자료는 한국언론재단이 구축한 종합뉴스 DB인 KINDS를 통해 종합 일간지에서 워낭소리를 주제어로 검색한 기사를 사용했다.

인터뷰 방법으로는 영화사에서 제공 받은 자료를 중심으로 전화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주로 영화의 MPR 방식을 비롯한 마케팅 전략, 매체 전략, 홍보 전략에 초점을 두고 질문하였다.

3. 이론적 배경

1) MPR의 이론적 배경

마케팅 PR은 (MPR: Marketing Public Relations)은 해리스(Tom Harris)가 그의 저서 The Marketer's Guide to Public Relations에서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PR활동을 마케팅 PR이라고 정의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해리스는 MPR이라는 단어를 통해 PR을 통합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마케팅 패러다임에 위치시키고자 한 것이다.

90년대 이후 지속적이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PR의 방향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는 마케팅 문제를 좀 더 전체적인 시각으로 조망하려는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의 목적이 고객 창조에 있다면 통합적인 마케팅의 활동 속에서 PR을 이해해야 하며 기업이 공중과 맺고 있는 관계는 필연적으로 마케팅과 융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마케팅 패러다임에도 커다란 지각변동이 존재한다. 산업사회 시대에는 공급보다 수요가 우세하여 공급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으나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의 발달과 글로벌화 등 비즈니스 세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마케팅은 기존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인 4C로 마케팅 패러다임을 변화하게 된다.

4C는 피터 드러커가 소개한 개념으로 소비자의 혜택(Customer benefits), 소비자의 기회비용(Cost of customer), 편리성(Convenien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의미한다. 이는 ‘생산자가 상품의 품질과 수량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에서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열수 있을까’로 패러다임이 변화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상품(Product)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소비자의 선호가 나타나게 되고 과거처럼 일괄적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호에 혹은 특정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상품 그 자체보다 그것이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Customer benefits)을 주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전에 단순히 상품의 가격(Price)만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시간 그리고 가치의 개념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기회비용(Cost of customer)을 합산해서 상품을 소유(서비스 상품의 경우는 향유)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값어치가 중요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좋은 품질이나 저렴한 가격이 아닌 가치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유통(Place)은 점포를 어떠한 위치에 입지하느냐, 어떤 유통 채널을 사용하느냐의 개념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고객이 편리(Convenience)하게 접근할 수 있는 어떤 편의를 누릴 수 있느냐를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에는 TV, 라디오, 신문 강고 등의 대중매체를 이용한 일방향적인 촉진(Promotion)매체에 의존하였지만, 현재는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통해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에 대해 연구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고객과의 쌍방향성 교류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이나 구전 마케팅 등 고객의 피드백을 요하는 마케팅 요소의 적극 활용을 의미한다.

마케팅의 4C에서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속하는 MPR은 정보나 회사나 상품이 소비자의 요구, 관심, 혹은 흥미와 동일하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소비자의 구매를 유발하고 만족을 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집행하며 평가하는 과정으로 규정한다. 이때 광고가 구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하여 돈을 지불하고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 또는 방송 시간을 구입하는 것이라면, MPR은 매체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코틀러는 그의 책 『Marketing Management』에서 “MPR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분야가 될 것이다. 광고가 더 이상 마케팅에 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기업들이 PR에 대한 불안을 종식하고 PR이 마케팅과 통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PR은 눈부신 성장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광고비 급증과 판매 촉진 수단의 효용감소에 따른 비용 효과의 측면이 MPR이 등장하게 된 계기라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에 있어 광고보다 PR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의도된 메시지를 광고에서 주장하는 것보다는 제3의 독립적인 부분, 즉 PR로부터 메시지가 전달된다면 소비자들이 더 쉽게 믿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광고 주도의 촉진 전략이 4P 마케팅의 중심이 되었다면 이젠 MPR 전략이 4C 마케팅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MPR의 목적은 브랜드 및 서비스의 인지도를 높이고 구매를 자극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며, 소비자와 기업과 브랜드 간에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MPR전략은 PR의 전술적 도구와 기존의 퍼블리시티(Publicity)를 효율적으로 접목시켜 마케팅에 직접 도움을 주는 전략이다.

퍼블리시티와 병행해 활용하여 왔던 MPR의 전술에는 책자발행, 콘테스트, 특별 이벤트, 팜플렛, 전시회, 미디어 투어, 퍼레이드, 스포츠 이벤트, 각종 후원, 시사회, 세미나 등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판매 촉진과 중복되지만 퍼블리시티는 이러한 전술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언론 보도를 통하여 목표 공중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MPR 활동을 통해 전달된 정보는 무엇보다도 제3자인 언론이 객관적으로 인정하여 기사화되었다는 신뢰를 지니기 때문에 설득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광고나 SP(sales promotion)보다 효과적이다. MPR은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PR의 전술적 도구들을 이용하여 사업 초기 마케팅 수립과 함께 기획되어야 한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기업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MPR이 통합되었을 때 엄청난 파워를 창출할 수 있고,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대중들의 충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2) 영화와 MPR

MPR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세분화되고 교육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4대 매체를 중심으로 한 광고 전략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용 효과의 측면이 MPR을 필요로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MPR 전략은 최근 들어 기업뿐만 아니라 영화 홍보를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화는 기업과 같은 장기적인 PR 대상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형성되는 상품 이미지가 흥행이라는 판매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MPR의 중요한 대상이다.

영화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광고 이전에 이루어지는 퍼블리시티이다. 이는 영화가 광고에 들어가기 이전에 언론을 통해서 기사화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영화 상영 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보도 자료에 의해 뉴스 내용이 결정된다.

이와 같이 영화산업은 MPR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영역 중의 하나다. 일반 상품 판매보다 영화가 더 MPR에 적합한 이유는 하나의 상품이 지니고 있는 특성보다 영화 한편이 기사거리가 될 만한 요소들을 더 다양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을 소개하면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영화만큼 많기는 쉽지 않다. 영화는 출연하는 배우에서부터 제작할 때의 에피소드, 스토리자체가 가진 흥밋거리 등 무궁무진한 기사거리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영화의 MPR 담당자들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이슈들을 개발하고 미디어에 의해 채택되도록 노력한다면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기획단계에서부터 개봉 전까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컨셉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MPR 컨셉은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별성 내지는 장점이 무엇인지, 그 영화의 특성을 새로운 각도로 잡아내는 것이다.

영화에서 MPR이란 관객에게 영화라는 일종의 상품을 팔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촬영, 편집, 그리고 개봉 전까지를 통합하는 마케팅 차원의 PR전략을 수립하고 각 시기마다 그 PR전략을 탄력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작업을 일컫는다. 무수히 많은 영화중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MPR이다.

4. 사례 연구 - <워낭소리>의 MPR분석

독립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2009년 1월 15일 7개관에서 개봉해서 188개 상영관으로 확대 개봉되면서 전국 관객수 280만67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하였다. <워낭소리>의 고영재 PD가 원래 목표 관객 수로 잡은 22만 명에서 10배가 넘는 수치로 독립다큐멘터리로는 전례 없는 관객 동원 성과를 이루었다. 독립다큐멘터리로는 굉장히 많은 관객동원인원인 22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고영재PD의 자신감은 그가 수립한 극장 확장 원칙이 잘 지켜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한 이 극장 확장 원칙은 초기 입소문을 토대로 한 장기상영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시작되었다.

씨네큐브, 하이퍼텍나다, 씨너스 이수, 아트하우스 모모, CGV 무비꼴라쥬 등 7개 예술전용 상영관에서 개봉 첫 주 7천5백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좋은 반응을 내자 여러 극장에서 프린트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영재PD는 무작정 극장을 늘여나가는 대신 개봉 첫 주 7개관에서 유지했던 4~50%의 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입소문을 유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원래 계획했던 극장 확장 원칙에 따라 첫 주 7개 개봉관을 시작으로 다음 주인 1월 22일에 18개관, 29일 33개관, 2월 5일 48개관, 정점에 다다른 3월 15일에 183개관으로 서서히 확대개봉을 펼쳐나갔다. 이는 기존의 한국배급시스템이 고수하던 광역개봉 방식만을 고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또 다른 배급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해준 긍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영화가 개봉하게 되면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지속적인 MPR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 즉 구전(word-of-mouth)은 영화에 대해 자생적으로 발생되어 퍼져 감으로써 영화 흥행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입소문에 대한 것을 영화사 측에서 조직화하여 관리함으로써 영화사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구전 효과는 영화의 확산에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모호한 영화에 있어서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입을 통한 비공식적인 소문은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소문은 부정적일수록 확산속도가 빠르다. 최근엔 이러한 구전 전략이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스프레드 마케팅(spread marketing)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워낭소리>가 긍정적인 입소문이 형성될 수 있도록 영화사에서 제공한 정보는 크게 작품성에 관련된 정보와 진정성이 담긴 진한 감동이라는 컨셉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최초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한 영화라는 제목을 달고 내보낸 보도자료에는 “아카데미, 칸 등 세계유수의 영화제가 상업화되고 있는 요즈음 가장 진실된 영화의 작품성을 반영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미국의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바톤 핑크>의 코엔 형제, <저수지의 개들>의 쿠엔틴 타란티노, <볼링 포 컬럼바인>의 마이클 무어를 비롯 브라이언 싱어, 토드 헤인즈를 발견한 명실상부 가장 ‘핫’한 이 영화제가 2009년 한국의 <워낭소리>를 선택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또한 이미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PIFF 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 명실상부2009년 다큐멘터리 최고 기대작 <워낭소리>‘세계의 마음을 움직일 영화’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이 놀라운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 라는 카피를 통해 소비자에게 외부에서 이미 인정받은 작품으로 홍보함으로서 작품성에 관한 신뢰와 기대를 가지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컨셉에 있어 <워낭소리>는 고향에 대한 순수, 할머니의 웃음, 소와 인간의 우정과 가족애, 그리고 눈물이 뒤섞여 있는 이른바 로우컨셉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한눈에 설명하는 비주얼 포스터와 예고편을 제작해야하는 마케팅팀은 로우컨셉을 하이컨셉으로 바꾸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마케팅을 총괄한 인디스토리의 조계영 팀장은 “다른 걸 다 거르더라도 웃음과 눈물 중 어느 걸 택할지 혼선이 왔다. 그런데 TV 예능프로그램과 <과속스캔들>의 흥행으로 관객이 웃음은 어느 정도 충족했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예고편만 봐도 눈물이 나는’ <워낭소리>의 ‘감동’버전 예고편으로 제작하는 전략을 세웠다.

때마침 KBS <영화가 좋다>에서 5분 넘게 편집된 <워낭소리>를 소개해준 것도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내레이션과 함께 역시 감동버전으로 편집된 5분 영상물은 관객에게 예고편의 기능을 대신 해주었다. 개봉 전 영화 마니아가 비교적 많이 모인 부산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 손수건을 나눠주었을 때 효과가 없었던 반면, 개봉관을 찾은 관객에게 ‘감동’ 코드는 주효했다.

작품성을 토대로 하는 긍정적인 입소문을 유도하기 위해 영화제에서의 수상 경력과 영화제에서의 시사와 개봉전 관객 시사회는 사전홍보에 많은 힘을 실어 주었다. 서울독립영화제 2008의 관객상 수상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그 뜨거운 입소문의 실체를 확인한 작품으로 홍보하며 작품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제시된다.

여기에 개봉전 관객 시사회는 <워낭소리>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에 호재로 작용했다. 영화에 대한 확신으로 <워낭소리>는 다른 독립영화보다 훨씬 많은 2천명 대상의 일반시사를 진행했다. 가장 큰 공로는 관객 700명을 동원한 ‘서울 메트로 시사’였다. 서울 메트로가 주최하는 ‘서울 메트로 시사’는 대관 비용 정도만 부담하면 극장상영회를 비롯해 지하철 1~4호선 역내에 2주간 4~5장의 포스터가 붙는 그야말로 횡재 홍보다. 보통 대작영화들이 선정 대상인데, 마침 하늘이 도왔는지, ‘서울시민 대상인데 너무 큰 상업영화만 상영한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일던 때였다. 소의 해와 농촌 등 여러 의미를 지닌 <워낭소리>가 수혜를 받게 됐다. 적은 비용으로 노출효과를 얻은 홍보팀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 <워낭소리>가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임을 착실히 알렸다.

<워낭소리> MPR의 기본적인 특징은 입소문에서 회자되는 이슈의 차별성, 미디어의 집중적인 보도, 인터넷을 결합한 전략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먼저 <워낭소리>는 SWOT 분석을 통해 TV리얼리티 다큐에 익숙하지만, 극장에는 1년에 한 두번 갈까 말까하는 40대 관객층을 아침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추천하는 ‘필견영화’들에 관람욕구를 느끼는 관객으로 선정하고 메인 타겟으로 설정하였다. 2009 소의 해를 맞이해 ‘필견다큐’로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감동을 컨셉으로 삼고 있다.

<표 1> <워낭소리> SWOT 분석

장점(Strength)

단점(Weakness)

● <송환><비상><우리학교>를 잇는 감동 휴먼 다큐멘터리

● 꾸밈없는 리얼리티가 주는 진심과 감동의 드라마

● HD 촬영이 주는 하이 퀄리티의 영상

● 비정치,비사회적 이슈로 다양한 매체에 소구 가능성

●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는 소재의 보편성

● 2008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 <인간극장>등 TV 방송용 다큐멘터리와의 유사성

●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닌 일상을 엮은 구성의 단순함

● 농촌 배경 등 소재의 올드하다는 대중의 선입견

● 대중에게 익숙한 다큐멘터리에서의 나레이션 부재

● 딱 2명인 주요 등장인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 시의적절한 개봉시점 : 2009년 기축년 소의 해, 개봉 예정

● <패밀리가 떴다><1박2일> 등 농촌체험 오락프로의 인기상승

● 독립영화전용관 및 아트플러스극장을 통한 효과적인 배급

● 전체관람가- 학생 단체관람 유도 가능성

● 다큐멘터리도 재밌다,라는 대중의 점진적 인식의 변화

● 감독 인지도 전무

● 농촌 배경의 올드한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비호감도

● 다큐멘터리에 대한 일반 대중의 낮은 관심도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을 쏟아 붇는 상업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케팅비가 부족한 영화라 광고는 부족했지만 홍보는 작지만 알차게 진행되었다. 제작비 1억원의 <워낭소리> 홍보비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받은 4천만원과 PD의 대출금이 전부였다. 대대적인 마케팅은 불가능했다. 영화지와 무가지 광고가 전부였다. 대작영화들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몇 십만을 계기로 광고 포인트를 바꾸는 촉진전략과 달리 이슈 창출을 통한 PR전략에 의존해야 하는 저예산영화에서는 입소문을 낼 이슈들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

영화에서의 ‘이슈 창출(issue creation)’은 바로 수용자들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직결되기 때문에 MPR의 기능 중 브랜드 인지 강화 기능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영화와 관련되어 창출된 이슈들은 미디어에 바로 보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영화관계자들 입장에서 무엇을 가지고 수용자들의 관심을 끌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 생소한 용어들을 통해 새로운 이슈들을 개발하는 테크닉이야말로 영화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지름길이며, MPR의 원리를 최대한 이용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워낭소리>에서는 처음에는 ‘소의 해’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적극 활용했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소이름 짓기’ 이벤트 등을 개최했고, 2009년 소띠인 37살 관객의 경우 부모님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시기라 <워낭소리>의 가치가 손쉽게 전달됐다.

‘소띠 해’라는 키워드로 8시 뉴스에 소개됐고, 5만명이 넘어가자, 방송사들은 소띠 해에 볼 만한 영화로 <워낭소리>를 소개했다. 10만 관객을 돌파하자 다큐멘터리의 신드롬, 이변으로 인식되며 각 매체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영화사측은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이슈 외에도 영화 개봉 후 관객 기록 돌파에 관련된 이슈를 계속 개발해 낸다. 또 선댄스영화제 참가는 국제영화제의 호평이라는 측면에서 또 한번 이슈가 됐다.

<워낭소리>에서 창출된 이슈는 두 가지 성공 사례를 남긴다. 첫 번째 이슈는 워낭이라는 용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부리는 소나 말의 턱 밑에 매어 놓는 방울을 뜻하는 ‘워낭’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소리로 씻어지는 각박한 마음의 때, 영화를 관람함으로서 소란한 세상에서 벗어나 함께 떠나는 치유의 여행의 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갖게 했다.

두 번째는 마케팅 팀도 예상하지 못한 이슈가 창출된다. 다름 아닌 고영재 PD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게재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생활 방해를 자제해달라’는 호소문을 올린 것이다. 하루 평균 5천~6천명, 주말 1만명이었던 블로그 방문자는, 이 게시물의 포스팅한 날 방문자 2만명을 돌파했다. 2월 3일 10만 돌파 후 <워낭소리> 주인공들 취재요청에 대한 인디스토리 공식입장을 ‘할아버지, 할머니 취재요청 정중히 거절합니다,’ ‘네티즌 <워낭소리>지킴이 선언!,’ ‘10만 관객 뿔났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괴롭히지 마세요!”라는 이슈로 제공된 보도자료는 일반인들에게 회자되기 좋은 이슈임이 곧 입증되었다.

언론은 일제히 호소문에 관한 기사를 실어 날랐고, 영화를 미처 보지 못한 관객의 <워낭소리>에 대한 관심은 또 한번 증폭됐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해하지 말자’는 네티즌의 움직임까지 일 정도였다. 실제 이 호소문 기사를 보고 극장을 찾았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영화 제작사가 이슈를 개발하여 매스 미디어에 전달하면, 그것이 수용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슈이기만 하다면 미디어는 그 이슈를 가지고 비교적 쉽게 기사화한다. 그것이 영화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그 보도를 통해 수용자들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 영향력을 전달하는 것은 영화 흥행 성공에 직접적인 관련성을 증명한다. MPR이 신속한 판매 촉진을 목표로 한다면 영화사는 이슈 창출을 통해 신속하고도 직접적인 판매 촉진을 꾀함으로써 MPR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슈들을 포함해서 <워낭소리>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보도 건수를 살펴보면 개봉 일주일 전인 1월 9일부터 개봉관이 정점에 이른 3월 15일까지 총 1300건이 이르는 엄청난 보도가 있었다. <워낭소리>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에 노출되는 수용자들은 미디어의 공조성(consonance)에 긍정적 영향을 받게 되며, 초기에 관람하지 못한 수용자들이나 <워낭소리>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긍정적인 집단이나 미디어 영향력으로부터 집단 압력(group pressure)을 받게 된다.

만약 어떤 상품을 새롭게 출시하거나 촉진하려고 할 때 이렇게 많은 보도를 받을 수 있는가? 이만큼의 보도빈도는 전체 수용자의 관람 심리를 움직이기에 충분하다고 보여 진다. 매스미디어가 상품 자체를 기사화하기는 어려워도 영화와 관련된 요소들은 기사화하기 쉽다는 속성만 가지고도 영화는 MPR에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워낭소리>는결국 매스미디어에 많이 보도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낸 강승구의 연과 결과를 재증명하고 있다. 이는 한국영화에 있어 흥행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미디어에 의한 보도횟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할 <워낭소리>의 MPR전략은 인터넷 홍보 효과 그중에서도 블로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홍보비가 적게 책정된 <워낭소리> 같은 경우 블로그의 효과는 막대했다. 일반 상업영화가 마케팅팀 주도 아래 의례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과 달리 <워낭소리>는 영화의 처음과 끝을 아는 PD가 직접 참여, 관객과 소통하는 장으로 기능한 것이다. 관객의 허심탄회한 물음에 대한 진심어린 답글은 영화의 진정성과 함께 어우러졌다. 블로그뿐만 아니라 기존 커뮤니티도 <워낭소리>의 입소문에 한몫했다. 영화와 상관없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는 ‘간만에 다 같이 <워낭소리>나 보러 가자’는 번개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워낭소리> 100만 보기 운동 역시 다음의 아고라를 통해 확산됐다.

결국 효과적인 인터넷 홍보 전략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two-way communication)과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충분히 활용해 네티즌과 영화사를 직접 연결하는 창구가 되도록 하는데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5. 나가는 글

이 연구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 모색해야 할 PR 방법론을 제시받고자 시작되었다.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비로 무장한 상업영화와 함께 개봉된 저예산영화가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었던 사례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여 광고에 의존하는 상업영화의 촉진 방식에서 관객과의 우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조성하기 위한 PR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다큐멘터리로는 최고의 관객동원인 300만명이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워낭소리>는 영화 상품에 있어 시사회, 입소문을 위한 이슈창출, 이슈창출을 위한 퍼블리시티 등 MPR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사례로 남을 것이다. 또한 많은 독립영화에 대한 생소하고도 우호적인 보도 건수는 영화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구전만으로 그렇게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을까. 미디어 보도 건수와의 시너지 효과가 빚어낸 흥행 수치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관객들이 영화 관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의지하게 되는 잣대는 영화 광고보다는 미디어에 긍정적으로 보도된 영화 비평이나 영화 관련 기사일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 광고를 통해서는 주로 영화 정보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디어에 등장한 영화관련 기사를 통해서는 영화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얻기 원한다. 특히 영화 관련 기사에서 자신들이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요소나 배우들이 언급될 때 그들의 관람 의사 결정은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이 특정 영화에 대한 미디어의 긍정적이면서도 집중적인 보도는 MPR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최상의 요인이 되며, 흥행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 된다.

<워낭소리>의 마케팅을 맡은 인디스토리의 조계영 팀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15일 개봉부터 막을 내린 3월 15일까지 미디어의 보도 건수가 1300여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보도가 바탕이 되어 관객은 이 영화를 거품을 뺀 한국영화의 모범으로 인식하고, 광고와 같은 요란한 마케팅의 영향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영화에 대한 확신을 더한다. 과거의 단순한 영화 광고 수준은 이미 관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며 수많은 영화 상품 중에서 보다 특별하고 튀는 영화, 영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시키는 MPR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워낭소리>는 보여주고 있다.

<워낭소리>에 대한 보도 건수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미디어가 관심을 가지고 보도할만한 거리가 많았다는 점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용어나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이슈들을 창출해 내어 그것을 매스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할 때, 그것들은 충분히 새롭게 이슈화할 수 있고 그것이 흥행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워낭소리>는 증명하고 있다.

한동안 거대 투자자본과 전문배급사의 등장으로 한국영화는 중흥을 맞이했었다. 이와 함께 등장한 멀티플렉스 극장은 복합문화상품을 찾는 소비자를 극장으로 유혹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로서의 영화들은 소비자에게 소외당해왔고, 결국 이런 영화들은 독립영화라는 멍에를 쓴 채 힘겨운 사투를 벌여 왔다. 이 힘겨운 사투를 벌인 독립영화에 대한 무언의 사회적 격려가 미디어 보도에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영화가 보다 많은 수용자를 안고 가기 위해서는 대중관계에 더 많은 전략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 전략 개발의 일환으로 MPR이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연구를 마치고자 한다.

참고문헌

강승구, 「마케팅 PR과 영화의 관계 연구 : 영화“쉬리”를 중심으로」, 『홍보학연구』, 2000년 6월 제4-1호.

영화인회의, 『한국영화 배급시스템 연구』, 2003.

위머 외, 유재천 외 역, 『매스미디어 조사방법론』, 나남, 2002.

이수범,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마케팅 PR 전략에 관한 연구」, 『홍보학연구』, 2000년 12월 제4-2호.

Harris, T. H., The Marketer's Guide to Public Relations, New York: John Wiley & Sons, Inc., 1993.

-----, T. H., "How MPR Adds Value to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Public Relations Quarterly, Summer, 1999.

Kotler, P., Marketing Management, 6th ed., NY: Prentice Hall, 1988.

www.seri.org>열린지식존>지식S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