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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불러오다

장코폴로 2013. 12. 31. 12:25

가을을 불러오다

 

장 석 용

 

가을 채우지 못한

밤 방울, 솔방울, 도토리 알을

제단처럼 쌓아놓고

가을을 본다

 

부러진 커피 깊숙이

달을 묵힌 찐 계란의 찬살을

찔러 넣는다.

 

흐릿한 창 너머

거미처럼 달려오는

음모가 한 두름 엮인 오방색 선혈

기거할 곳 없는 처연한 슬픔들이여

 

가을을 불러 세워

아니, 지난 가을을 불러

추석, 진설처럼 쌓아두고

가을을 보고 싶다.

 

너무 덥다

 

가을로 여름을 덮고 싶다.

 

*동방문학, 2013년 11월호(제 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