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불러오다
장 석 용
가을 채우지 못한
밤 방울, 솔방울, 도토리 알을
제단처럼 쌓아놓고
가을을 본다
부러진 커피 깊숙이
달을 묵힌 찐 계란의 찬살을
찔러 넣는다.
흐릿한 창 너머
거미처럼 달려오는
음모가 한 두름 엮인 오방색 선혈
기거할 곳 없는 처연한 슬픔들이여
가을을 불러 세워
아니, 지난 가을을 불러
추석, 진설처럼 쌓아두고
가을을 보고 싶다.
너무 덥다
가을로 여름을 덮고 싶다.
*동방문학, 2013년 11월호(제 7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