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트가르트가 경탄한 헤로우인, 이경은의 신작
이경은 안무․ 춤의『오프 데스티니』
이경은의 태어난 것에서 '운명을 벗어나다'라고 해석되는 이 작품의 외피는 능동적 주체와 전사적 이미지로 와 닿는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내면 그녀는 여성적이고 섬세하게 '주어진 운명을 얘기하는 지성적 성찰'의 단계와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것, 여성이라는 것, 심지어 남성이라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은 이 땅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그려낸다. 그녀는 혁명적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사유하는 여성이다. 그리고 사랑받는 여인이다. 그녀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손안에 들어있는 종은 무녀의 종을 생각게 한다. 인디언과 무녀와 에스키모까지를 이어주는 낯익은 종족라인에서 그녀의 운명과 연관되는 고리의 상징이다. 또 다른 상징은 손으로, 손 안에 있는 종은 자유를 결박당한 것 같은 억압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경은의 사운드는 절제와 생략을 즐긴다. 내면에서 들리는 인사이드 리듬과 종의 매치는 몸의 레벨을 이룬다. 그래서 시각적 비쥬얼을 위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은 운명의 컨셉에 맞게 조화된다. 섹슈얼리티에서 벗어난 탈운명무(脫運命舞)는 붉게 채색된 입술이 나중에 지워지는 것을 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춤 공간은 운명을 상징하는 주어진 공간과 반대편의 꿈꾸는 공간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원하는 공간을 벗어나 관객과 공유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관객과의 소통방식은 강렬한 에너지로 설득하고 도발적이지만 중성적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순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춤은 초현대적이지만 뿌리는 한국이다. 53초간의 음악은 11분의 공연공간을 일순 정리하며 우리가 동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녀가 자유의 공간으로 한동안 누비다가 천천히 무대에 그림을 그려나간다. 칼라는 파랑,한 쪽 소매는 없다.
의도적으로 손안의 종이 떨어지고 없어진다. 희망으로 다가간 것이다. Hand Sign,두 손 다 모아 소원을 빈다. 운명을 벗어나서, 카타르시스. 마침내 구원, 희망, 자유를 획득한 것이다.
이경은의 춤은 믿음을 준다. 그녀가 관객을 믿는 만큼 적어도 우리는 그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녀의 현대적 춤 사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 사이사이에 있는 '섬'의 간격을 초탈한 그녀의 춤이 국제적 춤이 되길 빈다.
신인상, 가장 유명한 차세대 안무가,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최우수안무자등의 타이틀이 즐비한 이경은은 96년 작품 『흔들리는 마음』의 청춘시대를 우회하여 그녀가 갖고 있는 잠재적 역량을 『4월이 가슴에 숨쉬고』의 뜨거운 열정을 넘어 이제 『오프 데스티니』의 기원으로 자리 잡는다. 그의 정진이 우리 춤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철학적 승화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