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부문
한국 미술관의 현주소
최 성 숙(창원시립문신미술관 명예관장,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관장)
최근 10년여 동안 한국은 문화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활성화 시키고자 다양하고 많은 미술관들을 양산해 내었다. 이 중에는 꼭 필요한 장소에 다양한 전시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미술관들도 있지만, 이에 적합하지 않은 미술관들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이번 발표에서는 최근 이렇게 만들어진 미술관들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 이제껏 미술관을 지켜온 사람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 경영자와 전문가
미술관의 구성원은 크게 미술관을 경영하는 경영자인 관장과 전시를 담당하는 전문가인 큐레이터로 되어있다. 경영자인 관장은 대외적으로 미술관의 이미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미술관 내에서는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 이는 자신 또한 전시를 운영해본 전문가 출신으로 큐레이터가 자신의 능력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있도록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으며, 이것을 기반으로 후배 큐레이터는 자신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뜻하던 미술관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선배에서 후배로 전해진다면 하나의 미술관은 우후죽순 생겨나는 미술관들 속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할 일을 완수한다면 미술관은 더욱 활성화되고 창조적인 전시가 기획될 수 있다.
2. 투자의 한계
지자체가 생기고 서울 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도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생겼다. 이 미술관들 중에는 정부의 기관이나 대기업의 문화사업의 보조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이들 미술관은 처음 심사를 통해 작품수와 학예사, 전시장 면적 등의 기준을 통과하면, 1종 또는 2종의 미술관으로 등록된다. 이렇게 등록된 미술관들은 주로 한해 단위로 전시 기획서를 관련 기관에 내고, 이를 통해 전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분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시의 크기나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는 지원금도 문제지만, 이러한 것을 서류로서 판단하기도 어렵고, 이를 판단하는 사람 또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미술관의 입장에서도 지원금을 받는 것이 우선시 되어 급조된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기관들은 미술관의 숫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양질의 미술관들이 좋은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지원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지원금을 결정하는 단체나 기관 또한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전문성이 보장된 경험이 많은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국가나 기관의 지원들을 받는 미술관은 미술관만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개발하여 이들의 도움 없이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자립하지 못하고 지원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언제 생길지 모르는 변수에 항상 불안해 할 것이며 이러한 불안은 미술관을 운영함에 있어 이들 지원에만 매달리게 하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맺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가장 비정치적이어야 한다.
사전에서의 정치는 다음과 같은 뜻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의미에 더해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도모하는 일을 잘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타인이나 기관에 전하고 이것이 이루어지도록 설득하는 과정 또한 일반인들에 있어선 ‘정치적’인 행동이 아닌가 한다. 개인적인 안위와 영달을 위한 정치적인 행동은 비판받을 수 있지만, 어떠한 일을 이루기 위해 공적이고 투명한 선에서의 정치적인 행동은 옳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일들이 필요하다. 원활하고 융통성 있는 미술관은 일에 있어서 이러한 정치성이 필요하며 이러한 활동들은 더욱 좋은 미술관을 만드는데 일조할 수 있다. 미술관은 개인의 미술관이 아니기 때문에 관람자에게 좀 더 좋은 전시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정치적인 행동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사회 속에서 미술관의 역할
사실상 미술관이 잘 운영된다는 것은 좋은 작품을 어떻게 잘 보여주느냐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도 이것을 감상할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만큼 관람자는 중요한 미술관의 구성요소이다. 현대로 오면서 많은 참여가 필요한 전시와 교육이 생기게 되었고, 이에 따라 관람자는 더욱 중요해졌다. 따라서 이들의 전시를 관람하는 적극적인 태도나 관심 또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관람자들을 대하면서 미술관은 이들의 적극성을 유도하고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할 의무가 생겼다. 미술관은 전시나 교육의 개발을 통해 적극적이고 이해도가 높은 관람자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나 적극성을 가진 관람객들은 여타의 예술 장르를 통해서도 그러하듯 자신의 자존감이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것이 이루어질 때 각박한 현대의 생활 속에서 미술은 더욱 긍정적이고 풍요로운 생각과 타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리: 나진희(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학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