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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학과 주제선택

장코폴로 2013. 10. 25. 08:09

영화미학과 주제선택

 

         장 석 용

 

늦은 가을, 영화를 화두로 놓고 미학을 얘기합니다. 아름다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부르조아, 서민, 극단적 프로레타리아 등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 작가가 다르고 주제의 선호도도 다릅니다.

 

세월이 주는 무게가 모두에게 다르듯이 느림과 빠름도 선택하는 자의 몫입니다. 작은 영화와 독립영화들은 비교적 자본의 압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미학 추구에 적극성을 띌 수 있습니다. 일상 업무와 영화 작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집중과 선택의 문제에 제한이 따릅니다.

 

장르의 선택은 창작자의 기호도에 따라 다릅니다. 작은 영화의 두 갈래, 현실안주와 현실비판적 경향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전자는 생활 주변의 것을 포착 자기 만족형 대중적 서민형이고, 후자는 현실 고발적 투쟁적 태도로 산업에 접근하는 영화연구 전문집단형입니다.

 

영화예산이 영화 미학 추구, 흥행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영화 미학의 추구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영화에서 미학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으며 폭력 미학, 느림의 미학, 물의 미학, 불의 미학 등 자신의 영화에 대한 미학이라는 꼬리를 늘 붙입니다.

 

미학의 본질은 결국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부합되는 작품을 예술적으로 창작했을 때 어울리는 말입니다. 요즈음 영화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감각적, 모방적, 즉흥적이라는 비방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영화 제목 짓기 자체도 위대한 창작입니다.

 

가벼운 제목으로 TV 드라마의 몇 씬을 옮겨놓은 듯한 창작 자세는 여러 영상 단체들이 영화 단체들로부터 대접받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합니다. 영화 현실은 냉혹합니다. 일반 관객은 연기자 문제와 연기력, 예산과 장비들에 대한 문제 등 영화환경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작품으로만 평가받는 현실에서 영화창작자는 아마츄어리즘으로만으로 이해를 받겠다는 안이한 자세는 버려야합니다. 자신의 작업의 독특함이 작품에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현장에 가서 발로 뛰고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독특한 소재를 선택해야 합니다.

 

남들이 감히 생각해내지 못하는 소재와 주제를 선택하고 나에게 가장 맞는 작품을 구상하고 연기자들을 모으고, 독특한 음악과 편집을 기획해야합니다. 같은 주제의 같은 제목의 작품도 자신의 독특한 시각이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중국계 수지 조페와 결혼하고 ‘미션’, ‘시티 오브 조이’, ‘킬링필드’를 감독한 로랑 조페는 중국의 한국인들, 조선족에 대한 집중적 이해와 해외에 산재해 있는 코리안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다문화 가족과 빈민층, 원주민 문제, ‘주의, ism, 이즘의 폐해를 고발한 독창성을 보여준 감독입니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등으로 프랑스 영화사에 화려한 족적을 남긴 루이말 감독은 ‘데미지’에 대한 영화적 상상의 범위에 대해 갇힌 코리안의 사고방식을 질타한 적이 있습니다. 고몽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의 주인공 연기자 끄리스티앙 끌라비에는 ‘비지터’에 대한 유쾌한 상상으로 즐거워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례는 상상력의 확장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차별화 시키는 작업에서 미학의 출발점을 삼아야합니다. 그러자면 타인의 의지와 보편적 가치를 무시할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해야합니다. 자신의 주장이 들어가 있어야합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큰 깨우침은 비난과 칭찬, 모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4계절에 대한 미토스와 인간과 우주에 대한 고민과 성찰, 거기에 곁들이는 종교와 투쟁, 인간에 대한 묘사입니다. 이미 모든 것을 실험한 영화/영상은 차원의 변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란 상황과 인간에 대한 감정선의 적절한 조율과 수사법에 대한 과장, 포장으로 대사와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자신 나름대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즉 고민한 흔적이 없으면 상투성에 함몰되고 말 뿐입니다.

 

영화미학의 완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답을 살펴보시면 우선 쉽게 답이 나옵니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은 장편극영화에 대한 정답이고, 국제 단편영화제 수상작은 우수 단편영화에 대한 정답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 정답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보세요.

 

소재, 주제, 카메라의 시선, 연기, 배경, 철학, 음악, 의상, 사실성, 환상, 대사의 독특함 또는 시적 묘사, 환경과 장르 선택, 인류의 보편적 가치, 혹은 문화인류학적 독창성에 대한 자신의 고민거리가 생길 것입니다. 영화, 자신이 써나가는 시이며 에세이입니다.

 

나의 일기가 다른 사람과 비슷하다면 그 일기는 일기로서 가치가 없는 것처럼 나의 영화적 상상과 모험도 타인과 차별화 될 것입니다. 영화문법에 충실하면서도 독창적 영화 수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영화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들의 과제입니다.

 

꿈꾸는 자들의 영원한 고향이지 안식처로서 영화/영상은 타 장르와의 활발한 교류, 소통을 통해서 그 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한국소형영화작가협회로 출발한 한국영상작가협회가 무료공개강좌를 통해서 한 차원 높은 영화창작의 기수로 우뚝 서기를 기원해 봅니다.

 

이제 강좌에 대한 제목을 바탕으로 질의의 시간을 갖도록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석용(본회 고문,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회장 역임)

 

*한국영상작가협회 창립 43주년 기념 무료공개강좌,충무로 영상미디어센터(2013.10.24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