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고려장 이야기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
제 32회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1982>는 후가자와 시치로의 소설을 기초로 하여 심산유곡 산골에서 벌어지는 고려장 이야기를 사계절에 담은 작품이다.특히 작고한 김기영 감독의 1963년작 <고려장>과 비교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인간 생존의 의미와 본능적 삶을 에세이적 스토리로 전개하고 있고,정적 카메라에 적절히 배합,인생을 관조하는 주인공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해 준다.
89년 <흑우>로 칸느영화제 기술 그랑프리를 차지했고,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우나기,97>와 98년작 <간장선생>의 감독으로 요즈음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문화인류학적 접근 측면에서 <나라야마 부시코>는 세계영화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슬픔으로 빚어진 산,나라야마는 티벳과 남방문화에서 연구대상이 많은 것처럼 다양한 민속적 전통을 보여준다.생존을 위해 버려지는 남자 신생아들,여아들은 판매대상이 되고,노동력으로 길러지는 차남 이하는 결혼도 할 수 없다.철저한 계율로 통제되는 마을에 절도란 있을 수 없다.절도에는 생매장이란 가혹한 형벌이 내려진다.
70이 되면 산 속에 버려져야하는 기로풍습의 설화를 배경으로 어머니 오린(사카모토 스미코 분)을 버려야하는 아들의 갈등과 산골 마을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산행을 준비하는 한 노파가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산행을 거부하는 노인과 대비되어 깊은 감동을 준다.
리얼하게 묘사된 장면 장면들은 촌철살인의 기개로 우리에게 닥아온다.불공을 드린 끝에 산삼을 캐는 마음으로,관객에게 비위를 맞추지 않은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는 감독이 20년간 집념을 불태워 촬영 3년만에 완성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