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통찰 위에 우뚝 선 서정적 영상미와 서사적 서술구조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
1940년 이란 테헤란 출생의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전 세계에서 몇 않되는 시네아스트로 손꼽힌다.그는 테헤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였고,사진작가 화가로도 유명하다.97년 깐느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자파 파나히는 그의 조감독 출신이다.수상 경력으로 미루어 보아도 그는 객관적 평가에서 우수점을 얻는다.그는 5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외교를 계속해왔고,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친구를 갖고있다.
1994년작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찍고있는 상황을 다시 연출한는식의 '영화 속 영화'로서 103분간 시종 인생․예술․사랑․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삭막한 풍경속에서도 서정은 피어난다.허구를 진실로 착각하게 만드는 그의 화법은 놀라운 발상으로 가득 차 있다.이렇게 이란의 영화들은 그림으로 친다면 수채화에 가깝다.그만큼 진솔하게 관객에게 설득력을 갖고있다.서울 1988년,1990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제1회,제2회 국제소형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세계의 명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단편영화를 통해 영화적 상상력을 키워왔다.
특히 어린이․노인을 비롯한 소외 계급,교육,환경등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각별하다.
그는 단편 <빵과 길,1970>로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테헤란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이래 1987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한다.
화두'믿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선문답 형식으로 관객에게 묻고있는 이 작품은 로카르노․깐느․벨기에․암스테르담등에서 수상과 함께 아시아의 민족지 성향의 영화에 화답을 해온 것이다.
이어 <클로즈업,1990년>과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2년>가 국제영화제 수상을 거듭함으로써 이란은 미지의 영화 생산국에서 국제적으로 대접받는 영화감독들이 포진해 있는 나라가 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발라도리드 국제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깐느 영화제 공식 초청작,뉴욕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됨으로써 전 세계적 인지도를 높인 작품이다.
감독은 映像哲人이라는 수식어 보다는 多才多能한 영화인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리라.흥행의 성공과 예술영화의 품위를 동시에 지니는 작품을 언제나 만들 수 있는 베테랑이다. 사라센의 후예,중동인 특유의 상술과 입담은 국경을 허물고 이름있는 영화제를 통 채 흔들어 버린것이다.그가 전개시켜 나아가는 영화는 정적이고,잔잔하며,설득력이 있으며,세상을 따스하게 감싸않는 친화력이 있다.
그는 semi-라는 접두어가 필요한 많은 영화적 변화와 실험 과정을 통해,인간의 원초적 고향 그리워하기 만들기,순수로의 탐구를 안내한다.
동양적으로 생각하고 발전시킨 그의 영화철학은 우주와 일상을 연결시킨다.평범속에 찿아지는 진리는 종교적 경건함으로 닥아오고 키아로스타미를 친한 이웃아저씨로 만들어버린다.따뜻한 이웃은 웃음을 만들고,그 웃음은 희망과 평화를 심어준다는 그의 영화속의 영원한 테마이자 메시지이다.
그가 영화를 만들어 가는 양식은 다소 특이하다.완전한 다큐멘타리,완전한 픽션,완전한 민족지 영화는 영화적 묘미를 반감시키는 것이기에 그는 철저히 완전을 배제한다.
그의 미완의 순수함은 철학적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키아로스타미의 카메라 아이는 유년의 추억으로 가득하고 동심을 자극한다.열린공간으로 향한 힘찬 이동과 후진,動 對 動,動 對 靜,靜 對 靜의 리듬감에 실린 주체와 피사체의 관계는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키아로스타미의 최고의 미덕은 그의 인간됨됨이 자체가 정직을 신조로 하고 있으며,그것을 바탕으로 진실한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 있다.감독 자신의 삶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나 영화속에서도 고통이 없는 아름다움은 없는 것이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이란판 <아메리카의 밤>에 견주어진다.그 이유는 영화제작 현장의 이면사를 다루면서 영화만들기의 낭만과 좌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 출연했던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것이다.영화 속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는 이중적 구조로 서술구조의 참신함과 사회적 빈부차이를 넘은 사랑의 고백이 사랑의 씨네포엠을 느끼게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영화를 찍기위해 현지 사람들을 모으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이란의 현실과 이란속에서의 영화만들기의 의미를 헤아리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실중의 하나는 작품속의 3명의 감독이다.① 키아로스타미 감독 ② 영화안의 <그리고 삶은․․․>의 감독 케샤바르쯔라는 감독 ③ ②의 지시로 감독역을 하고있는 케라드만 감독이다.
작품의 제작 모티브는 감독의 말대로 두가지 이유에서이다.첫번째 가족과 친척이 지진으로 인해 많은 죽음과 부상을 당했지만 자신들의 결혼도 중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감행을 한것이다.그래서 이 모티프로 아마츄어 연기자를 시켜 영화를 찍는데 신혼부부로 나오는 남녀의 현실적 관계가 미묘하게 얽혀있다.
남편으로 분한 호세인은 영화 속에서 부인역으로 나온 테레헤를 사랑한다.하지만 테레헤의 집안에서 호세인이 글도 모르고 집도 없다고해서 반대한다.테레헤도 호세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호세인은 자신의 마음을 굽히지 않는다.그래서 촬영도중 호세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신의 애정을 호소한다.극중에서 남편역으로 나온 남자는 권위적인데 자신은 집안일도 거들어 주며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하지만 톄레헤는 그의 말에 반응이 없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는 이처럼 극중 신혼부부와 연기자들의 실제상황을 대치시키고 또 한편 영회화의 내러티브와 실제적인 일을 대치시킨다.가령 감독이 호세인에게 대사를 고치라고 하는 장면(호세인의 친지들은 지진으로 25명 정도가 사망했는데 감독은 65명으로 강요한다.)이나,요즘 이란 남자들은 극중 남편처럼 권위적이지 않다고 감독에게 정정을 요구하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이러한 장면들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과 실제 일어나는 일의 괴리를 그대로 나타낸다.
키아로스타미는 실제로 영화주변적 상황에서 더 많이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중요시한다.그것은 실제의 삶이고,사람과 사람,상황과 상황은 실제의 삶에서 이어지고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작품을 한국에서 접할 수 있음은 행복이다.
<금호문화 1997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