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을 나는 태양새를 닮은 안무가
신사동 시네시티 이층의 높고 너른 연습장, 천장이 높아 울림이 좋고 방음이 좋아 댄서들의 호흡이 피부에 와 닿는다. 그 위로 빛이 떨어지면 클래식 발레에서 컨템퍼러리 재즈댄스로 영역을 확장한 세계적 재즈 안무가 우현영이 전사처럼 나타난다.
그 이미지를 비켜 빛을 받은 여인은 상큼한 녹차 향을 내품는다. 소탈하고 배려 많고 자상한 성품에 사교적인 초록 이미지의 그녀가 『닥터 지바고』의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는다. 비발디의『사계』가 뿌려지던 71년 11월 20일 서울 흥인동에서 태어난 현영은 지금 나이를 잊고 국경을 허물며 한국, 미국, 이태리 등에서 춤꾼들을 만나고 새로운 춤들을 만든다.
그녀는 1996년 포즈댄스시어터를 창단하고 십년 째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자로 활동하고 있다. 진홍의 화첩 위에 그려져 있던 만춘(晩春)은 그녀에게 걸려있고 세월의 흐름을 감지한 그녀도 이제 새로운 재즈의 도약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노란 색 유니폼을 입고 남산을 거닐던 리라초등학교의 추억들은 봄날의 단오 풍경, 여름날의 찬란한 나날들, 가을날의 단풍 카니발, 겨울날의 케이블카를 포함한 것이었다. 유년의 무지개 빛 꿈을 꿈같은 현실로 만들어 낸 그녀의 안무작 들은 언제나 조밀하고 꽉 찬 느낌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폭발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현영은 한국무용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운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재즈를 비롯한 모던 댄스를 배운 BDC와 OPUS DANCE COMPANY에 걸친 고된 수학과정에도 늘 쾌활하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취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겨울 초록을 간직한 보리밭 이미지로 다가온다.
유니크한 형이상학적 테제로 파워풀한 대중성을 이끌어 내고 있는 그녀는 경희대, 한성대, 한예종 같은 국내 대학 강단에서도 베스트 강사이다. 그녀가 어렸을 때 배웠던 한국무용은 한지 위에 시심(詩心)을 담듯 그녀만의 춤 언어를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재즈에 접목된 우현영의 춤은 스타일과 타입에서 ‘목포의 눈물’을 클래식화해서 부르듯 대중적 재즈를 클래식화 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녀의 안무일지에 첨가되는 디테일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토해내는 움직임들과 율동의 앙상블들은 그녀의 깊은 사색에서 이루어진다.
그녀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금기영역을 드나들기고 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모든 상반된 것들의 합일과 해체, 봉합의 수순을 밟는다. 그녀의 작업은 뒤렌마트의 드라마 작업을 거쳐 엄마 품에서 나오는 여린 새끼들의 진통을 감내하는 듯하다.
그녀는 춤 예술에 대한 다양한 조망과 댄스 웨이브의 파고를 포착하고 공식화 시켜 컨템퍼러리 재즈를 선도해왔다. 그녀의 춤은 세계의 컨템퍼러리 무용계에 서양에는 없는 동양적 기호와 상징으로 무한서정과 오리엔탈 파워의 근원을 시무(示舞)하였다.
2003년 7월, 남 이태리 트로페아에서 열린 칼라브리아 아르테단짜(예술춤 축제)에 아시아인 최초로 초청워크숍을 가진 이래, 선풍적 최고 인기 강사가 되어 무용팬들을 매료시키며 해마다 행사에 초청 되고 있다.
‘포즈’에게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테크닉과 민첩한 움직임에서 오는 강렬한 힘의 표출’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 인공광과 자연광의 차이를 읽을 시점이 되었다. 10주년이 지난 지금 ‘포즈’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포즈댄스시어터 창단 10주년기념공연은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으로 이루어졌다.
실루엣 영상처럼 신비감을 주었던 그녀를 여름의 스카이라운지와 가을의 테라스에서 만났다. 그녀는 ‘포즈’의 2기를 숙성시키기 위한 플랜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주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나친 계획보다는 한 곳에 뿌리를 두어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에 매진하겠다는 초등학교 선생님 같은 소박한 계획이었다.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애교를 부리지는 못하지만 이타행으로 속정이 많은 그녀가 투철한 정신, 날카로운 직감력, 뛰어난 판단력으로 조직을 이끌며 성취해낸 많은 작품들이 있다.
대표 안무작은 2000년대의 작품『Seasons』(2006),『바츠니아주닉』(2005),『Don‘t worry .com』(2004년),『사하라시스』(2003년),『Pause #201』,(2002년), 『더 라스트맨』(2002년), ZERO(2001년) 아미추(2001년),『Next』(2,000),『Human Click』(2,000년)이 있고, 1990년대 작품들은 『The Big Brother』(1999년),『카오스』(1999). 『카니발』(1999),『생명의 고동』(1997),『찬란한 나날들』(1997),『과대망상』(1997)이 있다.
스타 우현영은 대부분의 영화제와 서울무용제, 세계무용축제, 민족춤제전, New York Jazz Dance Festival, INTERNATIONAL DANCE MEETING에서 안무가로서 참여했고, 2006년 6월 영국 런던 부룸스버리 극장에서 『THE RITE OF SPRING-DANO, 봄의 제전-단오』로 참가했고, 2004년 한국에서 인도음악과의 만남 초청공연, 2002년 일본 동경 나카노 제로 홀에서 한일월드컵기념 한일협력무용공연을 갖는 등 국제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즈댄스시어터와 우현영이 내실을 기하며 현대 무용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선도하며, 높은 기상으로 태양에 맞서며 고원을 나는 희망의 태양새처럼 전진하길 기원한다.
장석용(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