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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093-9140 2011.09.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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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서울연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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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Theater In Seoul 제12호 2011. 9.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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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잡지에 실린 내용은 서울연극협회나 연극기록실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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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서울연극협회, 연극기록실 발행인: 박장렬 편집인: 오세곤 편집위원: 김의경, 김태수, 백승무, 양기찬, 이연심, 장용철, 조만수, 최은옥 기자: 이정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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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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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의 글 | 오세곤
1부 Review
- 마지막 여행 | 백승무 - 마지막 여행 | 서진화 - 스팸치즈후라이 | 백승무 - 예술하는 습관 | 백승무 - 오동리 소방서 | 윤민지 - 오동리 소방서 | 이주영 - 욕망의 진화 | 윤민지 - 욕망의 진화 | 이주영 - 푸르케리마 | 윤민지 - 푸르케리마 -가장 아름다운 자- | 이주영 - Antigone : Dear. PEOPLE | 윤민지 - Antigone : Dear. PEOPLE | 이주영 - Romeo & Juliet. live | 윤민지 - Romeo & Juliet. live | 이주영
2부 재수록
- 결혼피로연 | 박정기 - 보이체크 | 박정기 - 우르 파우스트 | 박정기
연극교육
- 쉬반의 신발 | 이연심
정책기록실
- 예술인의 행복 찾기 | 오세곤
편집 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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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각인각색의 안톤 체홉 작 박상하 역 이정하 연출의 <결혼피로연>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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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박정기(朴精機)
공연명 결혼피로연 공연단체 극단 각인각색 작 안톤 체홉 역 박상하 연출 이정하 공연기간 8월24-9월4일 공연장소 설치극장 정미소 관람일시 8월 27일 19시
동숭동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극단 각인각색의 안톤 체홉 작, 박상하 역, 민병은 드라마트르그, 이정하 연출의 <결혼피로연>을 관람했다. 2003년 극단 파크에서 안톤 체홉의 단막 <청혼>과 <결혼피로연>을 합쳐 <청혼 그리고 결혼피로연>이라는 제목으로 요절한 천재배우이자 연출가 고 박광정 연출로 정보소극장에서 공연한 것이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안톤 체홉 탄생 150주년기념공연으로 <결혼피로연>을 박상하 교수 연출로 공연했는데 역시 우수한 공연으로 기억된다. 2000년에 본 영화 <스바지바(Свадьба)>는 러시아, 독일, 프랑스 합작영화이다. 러시아 어느 시골 탄광 마을의 결혼식을 전후를 내용으로 만든 영화인데, <스바지바>는 러시아어로 결혼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결혼식 풍경이 영화 속에서 상세히 묘사되어, 영화 <지붕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Fiedler on the roof)>에서의 결혼식 장면 못지않은 명장면이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안톤 체홉은 <스바지바(Свадьба)>에서 <결혼피로연>에 참석하는 신랑 신부와 부모 그리고 하객과 레스토랑 종업원 등 등장인물 전원을 통해, 소시민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높은 신분, 많은 재산, 지식인에 대한 접근과 열망, 그리고 외국인과 외국문화에 관한 동경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대단원에서 통렬한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작의를 객석에 전달시킨, 작가 자신의 청년시절의 순수한 심성과 저항의식이 극 속에 내재된 작품이다. 무대는 배경막 가까이에 한자(1尺) 높이와 세자(3尺) 폭의 단이 기역자로 꺾여져 무대벽면을 따라 객석 가까이까지 놓여있고, 단에는 난간이 만들어져 있어 정면 중앙에 놓인 계단 윗부분의 통로를 제외하고는 난간이 계속 연결되어 있다. 단의 왼쪽이 레스토랑의 입구로 설정되었다. 정면의 벽에는 아름답게 그려진 당대 인물들의 초상이 여러 개 걸려있고, 오른편 벽에도 풍경화 등의 액자가 여러 개 걸려있다. 왼쪽 벽면에는 서너 개의 등퇴장 로가 마련되어 있어 등장인물들이 출입하고, 그 끝에 객석과 마주 바라보는 곳에는 휘장을 쳐서 휘장을 열고 나오도록 되어있고, 휘장 앞에는 무대 왼쪽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다. 단 아래의 식당 공간 좌우로 네 개의 기다란 식탁이 의자와 함께 놓여있고, 객석과 무대가 맞닿은 객석전면에도 원형식탁 하나와 결혼피로연에 어울리는 신부차림의 커다란 인형인 듯싶은 모습이 객석에 등을 보이고 앉아있다. 객석 이층에는 전자건반악기를 연주하는 조은나 작곡가가 자리를 잡고 연주를 하고 있다. 연극은 도입에 식당 지배인이 등장, 관람객 전원을 하객(賀客)으로 칭하며 극을 이끌어 간다. 인형인줄 알았던 객석전면의 신부차림이 일어나 객석을 향해 미소를 던지며 무대 위로 올라가면, 신랑이 등장하고, 신부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우편통신국 직원과 그의 붉은 옷을 입은 연인, 보험설계사와 그리스인, 식당지배인과 종업원이 차례도 등장해 각기 독특한 개성창출과 연기를 보이며, 결혼 당사자나 피로연보다는 각자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이해관계에 따른 돌출행동을 나타내지만, 함께 춤을 추고 건배하며, 동료애를 과시하기도 하며, 그들의 우상인 노장군의 방문을 등장인물 뿐 아니라, 관객 모두가 기대를 하도록 극에 몰입시킨다. 기다리던 노장군이 등장하자, 출연자 전원은 각하를 호칭하며 지나칠 정도의 환영의사를 표현하지만 대단원에서 그가 일개 중령으로 예편한 사실을 고백하니. 결혼당사자와 부모 그리고 하객 모두는 충격에 빠지고, 노 중령은 겉껍질만을 중시하고,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노에 찬 일갈하면서 연극을 마무리 한다. 안톤 체홉이 제시한 19세기 러시아서민의 삶과 21세기 한국인의 삶이 별반 다름이 없음을 무대 위에 열과 성을 다해 충격적으로 구현한 이정하 교수의 발군의 연출력이 원작을 능가하는 공연으로 창출해 냈고, 백현주, 홍재범, 조주현, 박명희, 하덕부, 김승환, 고가연, 강혁종, 고태호, 최운학, 곽길한, 강준구, 박소영, 김예진 등의 출연진의 열연과 심채선의 무대, 황동근, 김정훈의 조명, 김정향, 경현진, 안소린의 의상, 윤정윤, 지문주, 박운실의 분장, 조은나의 음악, 김선권의 움직임지도, 조하영의 안무, 김희철의 조연출 등의 열정과 노력이 민병은 교수의 드라마트르구, 박상하 교수의 번역, 이송 교수의 예술감독과 고태호 극단 대표의 장인정신이 조화를 이루어, 안톤 체홉 작 이정하 연출의 <결혼피로연>을 전국순회공연을 해도 좋을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 극단 각인각색의 창단 10주년을 축하하고, 비범한 연출가 이정하 교수의 차기작에도 기대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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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국립극단의 게오르그 뷔히너 작 최병준 역 타데우시 브라데츠키 연출의 <보이체크>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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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박정기(朴精機)
공연명 보이체크 공연단체 재단법인 국립극단 작 게오르그 뷔히너 역 최병준 연출 타데우시 브라데츠키 공연기간 8월23일-9월10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관람일시 8월23일 20시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게오르그 뷔히너 작 최병준 역 타데우시 브라데츠키 연출의 <보이체크>를 관람했다. 게오르그 뷔히너(Georg Buchner)<1813-1837>는 독일의 극작가로 생전에는 희곡 <당통의 죽음>만이 출판되었고 24세에 요절하였지만, 20세기에 들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독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그의 희곡<레옹세와 레나> <보이체크>, 단편 <렌츠> 등이 공연되고 있다. <보이체크>는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으로 1821년 41세의 이발사가 5세 연상인 애인을 그녀의 집 앞에서 칼로 찔러 죽인 후, 3년 2개월 만에 라이프치히 장터에서 공개처형 당한 실제 사건을 내용으로 한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같은 사건을 소재로 소설 <카르멘>을 썼다. 메리메의 카르멘은 1845년에 발표되었지만, 오랫동안 비평가들에게 묵살당해 온 불운한 작품이었다. 메리메의 사후 비제가 <카르멘>을 오페라로 만들어 성공함에 따라 메리메 원작 소설 <카르멘>의 진가도 널리 인정받게 되었고.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도 새롭게 평가받게 되었다. 그러나 비제는 오페라 <카르멘>의 초연의 실패로 요절했고, 뷔히너 역시 <보이체크>를 완성하지 못하고 요절했다. 모두 19세기에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세태와 생활, 그리고 사람들의 자유분방(自由奔放)한 사고는 <보이체크>나 <카르멘>을 재평가하게 되었고, 드디어 21세기인 오늘날에는 <카르멘>은 세계도처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최고의 인기 오페라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보이체크> 역시 마찬가지다. 줄거리는 사회적 약자로 점점 파멸에로 치닫는 한 젊은 병사의 이야기다. 가난한 보병 <보이체크>는 알코올 중독자인 대위에게 늘 시달린다. 그러면서도 정부 마리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기를 부양하기 위해 의사의 실험도구로 제 몸을 내준다. 하지만 정작 마리는 야성이 넘치는 군악대장의 유혹에 넘어간다. 마리가 부정을 저지르자 <보이체크>는 비애와 분노 속에 괴로워하다가 마리를 죽이고 자살한다. <카르멘>이 고적대 소속의 병사 호세를 유혹해 연인이 되었다가, 인기 높은 투우사 에스카밀리오에게 몸과 마음을 내어주니, 호세가 격노해 <카르멘>을 살해하는 것과 같다. 이번 연극에서 타데우시 브라데츠키는 폴란드 출신 연출가답게 사회주의 국가에서 집단노동에서 혹사당하는 인민의 이야기로 풀어갔다. 동구권이 소비에트라는 거대한 철의 장막의 그늘 속에 자리 잡았던 것처럼, 무대를 배경막 가까이 거대한 장막 같은 육중한 장치와 상단에만 조그만 창을 뚫어, 마치 지하벙커작업장 같은 느낌을 주었고, 거대한 철제기둥이 무대좌우로 천정을 떠받치듯 세워져, 거대한 지하도시를 연상케끔 만들어 놓았다. 원작의 <보이체크>는 낮은 계급의 군대보병이지만 이 극에서는 말단노동자로 설정하고, <보이체크>의 여인 마리를 유혹해 농락하는 인물로 인기 높은 고적대장은 의상부터가 화려하고 상류계급인 듯싶은 면모를 보인다. 닥터는 이 벙커의 노동자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일개 동물로 취급하고. 소장은 노동자들을 착취해 호강하는 인물로 그렸다. 20세기 사회주의 공동체에서 여실히 볼 수 있었고, 사회주의국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냈고, 결국 거대한 사회주의제국의 붕괴를 예견한 시금석이 된 작품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21세기에 이르러 자본주의사회에서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보이체크>를 통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보였다면, 필자만의 엉뚱한 생각일까? <보이체크>역의 서상원의 연기가 놀랄 만큼 탁월했고, 마리 역의 서주희는 관능미를 100% 발휘하며 열연을 했고, 악마의 화신 같은 닥터 역의 이호재는 평소 그가 하던 연기를 180도 변환시킨 호연이었고 소장 역의 정상철은 더할 나위 없는 적역이었다. 박완규는 이처럼 휜칠한 미남배우가 있었던가 할 정도로 인기 높은 고적대장을 완벽하게 해 냈고, 호객꾼 장성익의 출중한 연기는 앞으로 장성익의 시대가 오리라는 예감을 불러 일으켰고, 호객꾼 박성연도 열연으로 자신의 기량을 매력만점으로 상승시켰다. 거기에 이윤재, 장정학, 박건우, 이윤덕, 최주영, 이진희 등의 호연이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야그나 야니츠카의 디자인, 최기봉의 미술, 김창기의 조명, 피정훈의 음악, 최은주의 분장, 윤수정의 의상 등이 돋보였고, 조연출 신용한과 윤색의 김민정, 번역의 최병준 교수의 열정이 비범한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의 장인정신과 일체를 이루어 재단법인 국립극단이 제작한 게오르그 뷔히너의 작, 손진책 예술감독의 <보이체크>를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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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에서 J.W.괴테 작 김미혜 역 다비드 뵈쉬 연출의 <우르 파우스트>를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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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박정기(朴精機)
공연명 Ur Faust(원조 파우스트) 공연단체 명동예술극장 작 요한 볼프강 괴테 역 김미혜 연출 다비드 뵈쉬 공연기간 9월3일-10월3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일시 9월2일 19시30분
명동예술극장에서 J.W.괴테 작 김미혜 역 다비드 뵈쉬 연출의 <우르 파우스트>를 관람했다. 괴테는 80년 넘는 생애 동안 시와 소설, 희곡과 산문, 그리고 방대한 양의 서한을 남겼다.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에 이르는 그의 생애 동안에는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의 대두 같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괴테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괴테의 보수성을 드러내는 증거로 언급된다. 괴테의 수많은 작품은 문화 전반, 특히 연극과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명시는 슈베르트가 [물레질하는 그레트헨], [마왕], [들장미]처럼 가곡으로 작곡이 되었고, 베토벤은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의 서곡(1810)을 작곡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파우스트]를 오페라로 작곡해 주길 바랐던 괴테의 희망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훗날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1846)와 구노의 [파우스트](1859) 가 탄생되었다.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1866)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각색해 작곡한 것이다. <햄릿>이나 <돈키호테>가 특정한 인간 유형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파우스트>는 자신의 호기심(또는 이익)을 위하여 막대한 위험조차 마다하지 않는 유형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괴테의 희곡 제2부에서 <파우스트>는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해안을 개간하고, 제방과 운하를 만드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 돌입한다. 개발 과정에서, 공사 예정 부지에 사는 어느 노부부가 퇴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자, <파우스트>는 이들을 눈의 가시로 여기고 내쫓을 궁리에 골몰한다. 급기야 메피스토가 폭력배를 동원해 집에 불을 지르자, 노부부는 그만 빠져 나오지 못하고 불에 타죽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처럼 <파우스트>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성의 말살을 내포하고 있지만, 동시에 괴테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경고라고도 느껴졌다면 필자만의 엉뚱한 생각일까? 전 세계가 괴테의 작품을 괜찮게 평가하지만, 중국에서만은 괴테의 작품이 금기1호다. 청조말엽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중국에 소개되자, 유부녀를 사랑하다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목숨을 끊는 베르테르는 인간이하로 평가되어 금기작품1호가 되었다. 2.30년 뒤에 파우스트가 중국에 들어오자,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 젊은 처녀를 파멸시키는 내용을 작품이라고 쓰느냐고. 괴테는 영원히 중국 땅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라는 명이 떨어져, 중국에서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괴테의 작품이 읽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만 일부 동경유학생들의 의해 일본에서 최고문학으로 평가되는 것을 여과 없이 들여왔고, 현재까지 그 맥이 이어져 공연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 <우르 파우스트>는 단어 그대로 <원조 파우스트>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 박사가 미모의 처녀 그레트헨에게 마음이 끌려, 악마에게 그레트헨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신 또한 악마와 한통속이 되어 게임 같은 사랑놀이에 뛰어든다. 그레트헨의 오빠 발렌틴은 여동생과의 <파우스트>의 밀착에 반대의사를 표하지만, 능력부족으로 제지하지는 못한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의 아기를 임신한다. 만삭의 그레트헨을 악마 메피스토가 접근해 유린하니, 그레트헨은 정신분열 증세를 일으킨다. 이를 알고 <파우스트>가 메피스토를 해치려 하지만 역부족으로 어쩌지 못하고 그레트헨은 죽고 만다. 대단원에서 <파우스트>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고, 악마의 승리로 놀음은 끝이 나니, 신은 전처럼 애꿎은 세월만 보낸다는 내용의 초고다. 연출가 다비드 뵈쉬는 무대 좌우에 중간 칸막이 기둥을 네 개씩 세워 등퇴장 로로 사용하게 했으며, 배경막에 부착시켜 무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2m 높이와 1m 폭의 통로를 만들었고, 2m 높이에서 무대바닥까지 70도 경사의 축대모양 벽면을 만들어, 등장인물들이 뛰어 오르거나 미끄러져 내려오도록 해 놓았다. 무대왼쪽 객석 가까운 곳에는 세면대와 거울을 만들어 그레트헨의 거소로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메피스토가 등장해 객석에 방뇨를 하려다 관객을 보고는 돌아서서 축대에 소변을 보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악마 같은 계획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신에게 발설함으로써 객석에 전달된다. 조명이 들어가면, 바퀴달린 의자에 앉은 <파우스트>가 의자를 굴리며 등장하고, 메피스토와 해후한다. 곧이어 자전거를 탄 미모의 그레트헨이 등장하고,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에게 마음과 정신을 빼앗기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레트헨도 <파우스트>를 염두에 두게 된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그레트헨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메피스토는 그레트헨의 거소에 귀걸이를 선물로 남긴다. 거소로 온 그레트 헨은 귀걸이를 보고 즐거워 한다. 그녀의 오라비 발렌틴은 누이동생에게 귀걸이를 달아주기까지 한다. 무대에 홀로 있는 메피스토에게 학생 한명이 그를 파우스트로 알고 다가와 제자 되기를 원한다. 메피스토는 학생을 한 마리 강아지로 만들어 노예처럼 부린다.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의 열애가 시작되고, 발렌틴은 반대의사를 표하지만, 그렇다고 여동생을 어쩌지는 못한다. 그레트헨은 <파우스트>의 아기를 임신한다. 메피스토는 임신한 그레트헨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유린한다. 그레트헨은 충격으로 정신분열증에 걸린다. 격노한 <파우스트>는 권총을 꺼내 메피스토에게 난사하지만 악마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악마는 총을 빼앗아 그레트헨에게 발사한다. 그레트헨은 절명한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을 안고 통곡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게임을 끝낸 메피스토가 퇴장하니, <파우스트>도 그 뒤를 따라 나갈 뿐이다. 대단원에서 신은 여느 때처럼 휠체어나 굴리며 세월을 보내는 것으로 연극은 끝이 난다. <파우스트>역의 정보석이 호연을 보였고, <메피스토>역의 이남희는 원작보다 더 <메피스토>다운 탁월한 기량으로 열연을 했고, <그레트헨>역의 장지아는 세상에 이런 여배우가 있었는가 할 정도의 놀라운 연기력을 객석에 전달시켰고, <신>역의 정규수, <학생>역의 김준호, <발렌틴>역의 윤대열이 각자 독특한 개성을 창출해 관객을 연극에 몰입시켰다. 팔코 헤롤드의 무대와 의상디자인, 고희선의 조명디자인, 강대영의 분장디자인, 최환석의 음향디자인, 윤대열과 김영우의 작곡, 이은지와 양상호의 편곡, 오동식, 이단비, 이재민의 조연출 등이 공연에 참가한 스탭진 모두의 열정과 어우러져 요한 볼프강 괴테 작 김미혜 역 다비드 뵈쉬 연출의 <우르파우스트>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이끌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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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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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반의 신발
경기상업고등학교 교사 이 연 심
‘한 켤레의 신발이 그것을 신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담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멋지지 않나요?’
‘쉬반의 신발’에는 여러 사람의 이미지가 출연한다. 그러나 무대에는 1명의 여배우와 26켤레의 신발뿐이다. 극장에 들어서면, 수많은 상자가 쌓여 있다. 마치 이렇게 저렇게 쌓으면, 원하는 모양이 되는 큐빅들을 쌓아 놓은 듯하다. 아이들과 곧바로 창의적 연극수업을 하면 좋겠다. 상자안에는 다양한 이미지와 이야기, 신념과 생각들이 가득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발들이 들어있다. 여배우(전현아)가 신발을 하나씩 상자에서 꺼낼 때마다 선물상자를 풀어보는 설레임과 함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나이키 에어 조단, 실내용 동물모양 슬리퍼, 아찔한 킬힐, 앙징맞은 2살짜리 운동화,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젤리슈즈, 목이 올라오는 운동화, 볼링슈즈, 독일군이 상상되는 워커, 아저씨 운동화와 구찌 슈즈....이 모두는 각기 등장인물이다. 신발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관심을 갖은 쉬반과 숀을 중심으로 그의 가족 등 주변 인물들의 이미지를 대신하고, 상황과 장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여배우가 쉼없이 바삐 꺼내는 신발 덕분에 관객도 덩달아 바쁘다. 관객은 각각의 신발의 이미지에 맞게 등장인물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의 행동과 얼굴표정, 기분까지 상상하여야 한다. 여배우는 단지 그 상상을 도와줄 뿐이다. 쉴새 없이 등장하는 신발들과 여배우가 만들어내는 특징적인 행동과 걸음걸이, 목소리와 몇몇의 대사, 그리고 극의 흐름을 도와주는 나레이션으로 극이 완성되어 간다. 숀과 쉬반은 우리 아이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숀은 신발의 상표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믿으며, 신발 전용거울에 자신의 신발을 비추어 보지만, 정작 얼굴은 들여다 보지 않는다. 핸드폰 기종에 집착하고 한순간이라도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지면, 불안증세를 보이는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카카오톡을 해야 하고, 공연을 보러와서도 고개 한번 들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과 닮아있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슈즈홀릭, 명품가방 홀릭은 우리 어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아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광화문에서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담배회사들이 청소년을 현혹시키기 위해 어떤 광고 전략을 만들어 내는지 프리젠테이션 할 줄 아는 아이들도 있다. 쉬반이 그렇다. 인디언 또래 친구와 밤새 채팅하고 악덕기업에 대한 반대서명을 하고 환경을 생각해서 가죽신발을 마다하고 젤리슈즈를 신는다. 연극은 이렇게 서로 너무나 다른 쉬반과 숀의 ‘첫사랑 만들기’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자 한다.
작가 팀 크라우치는 <쉬반의 신발>을 통하여 다양한 메시지를 전한다.
물질만능과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어필하면서 자기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또, 환경문제를 포함하여 세계공정무역과 사회문제를 학교에서 배운 교과수업과 연계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세계적인 아동청소년연극 연출가인 브리기트 데티에가 의도하였던 하지 않았던간에 가족붕괴현상의 일면도 보인다. (내 눈에만 띄었을까? 쉬반이 아빠와 따로 살고 있는 엄마와 엄마의 독일인 남자친구의 신발들을 아빠 몰래 무대 뒷 켠에 숨겨 놓는 장면에서는 결손가정의 안타까움이 뭍어난다. )
아무튼 신발로 알레고리화 된 등장인물의 묘사와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쉬반의 신발>은 공연장과 교실을 학습의 연장선상에 놓기에 충분한 학습 자료가 되어 준다. 그러나 연극관람을 통한 예술교육의 효과성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교사라 하더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시간 등의 현실적인 문제뿐아니라 연극관람 전후 선행학습과 후행학습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교사들의 고민을 이해하듯 이 작품의 공연주체인 ‘어린이 문화예술학교’는 공연 팜플렛과 함께, ‘교사를 위한 연극활용 수업지도서’를 워크북의 형식으로 함께 제시하고 있어 공연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연극관람을 통한 예술교육의 실천적 예시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워크북을 활용한 수업지도서의 교육과정은 이렇게 짜여져 있다.
학습단계 |
학습주제 |
학습목표 |
학습내용 |
선행학습 |
1. 연극감상 길라잡이 |
공연예술로서의 연극이 갖는 특성과 효과적인 연극 관람법을 이해한다. |
1. 영화, 텔레비전 방송의 드라마적 요소와 무대 예술인 연극의 다름 이해
2. 연극 감상 시 예절과 여러 관점에 대한 이해 |
2. 인물창조하기Image making |
신발활용으로 창의적인 인물 만들기를 통해 신발과 인물의 이미지간의 상관관계를 이해한다. |
1. 임의의 신발을 보고, 신발을 신을 인물의 ‘외적 특징’을 만들기
2. ‘성격적 특성’을 비롯, 구체적 인물 구성하기 |
3.인물의 옷 입기-Dressing |
창조한 일물의 하루일과를 언어, 신체로 표현할 수 있다. |
1.창조한 인물의 아침일과를 마음의 눈으로 그리기
2. 인물이 입을 옷을 말로 표현하기 |
<쉬반의 신발 >감상하기 |
수행학습 |
1.날 따라 해봐요 |
몸짓언어를 통한 인물관찰과 토론을 통해 인물의 특성을 이해한다. |
1.모두 공간 안에서 걷기
2.모방하고 싶은 한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의 특징을 따라해 보기
3.누구를 따라한 것인지 서로 관찰하기 |
2.<쉬반의 신발>로 걷기 |
극중 인물의 신발 신어보기를 통한 인물분석과 이해을 분석하고 이해한다. |
1. 떠오르는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문장 만들기
2. 생각한 문장을 특정한 몸짓표현으로 공간을 걸어보기
3.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서로 맞추기 |
3.오늘 누구를 봤나요? |
타인에 대한 이해를 통한 사회성 증진 |
1.오늘 본 사람중 한 명의 행동특징을 떠올리고 표현하기
2. 모방한 사람에 대하여 토론하기 |
4.인물의 성격을 만드는 요소들 |
자아탐구 및 올바른 가치관 성립 |
1.자신의 특성중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는 특성을 frozen image로 표현하기
2.이미지는 기초로 인물들간의 상호작용하는 장면 만들기 |
심화학습 |
1. 연극 감상문쓰기 |
연극관람과 수행학습을 통해 배운 바를 글로 표현할 수 있다. |
1. 관찰법과 글쓰기 |
2. 생각이 열리는 토론학습 |
극중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토론을 통해 주장할 수 있다. |
1. 찬반 토론 : 이성교제(예시)
2.자유토론 : 숀과 쉬반의 행동 중 이질감과 동질감이 느껴졌다면 어떤 것일까?(예시) |
<쉬반의 신발>은 지도안뿐만 아니라 차시별 참고자료로 ① 신발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적 의미, ② 교과서에 등장하는 신발 관련 ‘시’(중2 국어, 박목월의 ‘가정’), ③ 수업활용을 위한 다양한 신발사진 모음, ④ 인물분석표, ⑤ 감상문 양식까지 제시하고 있다. 아주 친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몇 가지 고려되어야 하는 점은 있다.
<쉬반의 신발>은 초등 고학년, 중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제작되었고, 수업지도서도 마련되었다. 우선, 관극을 활용한 학습내용이나 학습량 측면에서 보면, 1시간 수업이 40분(초등학교), 45분(중학교)으로 구성된 학교 수업을 고려할 때, 차시별 학습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직접 활용하려면, 40분, 45분 수업용으로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2시간 연장수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융통성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선행학습-관극-수행학습-심화학습으로 연결된 10차시의 교육과정중 학교 현장에 맞게 몇 개의 차시를 선별하여 수행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지도안이 완벽하게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바탕이 되는 교육철학과 교수-학습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 수행능력이 부족하다면 무용지물이다. <쉬반의 신발>워크북이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학교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극에 대한 실제적인 지식과 경험, 교사의 이끔이로서의 능력이 필수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즉, 학교 현장교사 누구나, 쉽게, 아무 부담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교육과정은 아니라는 얘기다.
작품 내용면에서도 아쉬움은 있다. 쉬반과 숀이 풋풋한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이 약하여 보는 사람에 따라선 ‘아직은 사랑이 아니다’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또, 세계공정무역문제를 언급하는 쉬반의 대사는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 부분에 관한 토론 학습을 하려면, 담당교사에게 대본이라도 전해줘야 할 것 같다. 기억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숙희 대표의 말처럼, <쉬반의 신발>은 청소년을 위한 연극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고 신나는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더욱이, 극장과 교실의 연장선상에서 소중한 교육적 가치들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10대를 위한 연극’이 반가워 고등학교에서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고등학생 논술학습지도안(약식)을 만들어 보았다. 이것으로 반가운 마음을 대신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화학습 3. (고등학생용)
<쉬반의 신발>을 활용한 논술학습
▶ 학습목표
1) 기본개념과 기본원리를 토대로 인간, 사회의 문제를 논리적,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그 사고결과를 문제해결에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
2)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논리적 분석과 적용,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향상한다.
▶ 지도상의 유의점
토론을 기본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교사는 사회자로서 학생들이 합리적인 근거나 이유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주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학습내용
【동기유발】
- 신발과 축구공이 우리에게 어떤 물건이었는지, 즉 어떤 의미를 주는지 생각하게 한다.
- 제시문이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지,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통해 유도한다.
【수업전개】
- 각 제시문의 중심내용이 무엇인지 각자 순서대로 말하게 한다.(15분)
- 참가자가 설명한 중심내용에 대해 각자 질문하도록 한다.(15분)
- 논쟁이 될 만한 소재나 내용을 선정해서 토론하게 한다. (60분)
-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된 문제를 읽고, 각자 원고지에 정리하게 한다.(90분)
【정리】
- 원고지에 정리한 내용을 서로 돌아가면서 읽게 한다.
▶ [문제] 제시문 [가], [나], [다]는 모두 오늘날 인류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것을 토대로 네 편의 글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서술하라.
[가]
(멘트) 가로수 불빛이 밝혀진 다리 난관 위, 그곳에 쉬반이 서있어요. 이곳 켄트에서 가장 분주한길 한복판에서 이 세상에서 최고로 '쿨' 한, 근사함의 상징을 달랑달랑 흔들면서 말이죠.
숀: 하지 마!!
쉬반: 하지 말라구? 난 '그냥 해버려'도 되는 줄 알았는데.
숀: 쉬반, 제발, 너 그러다 떨어져. 진정해.
쉬반: 이 신발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고, 언제든 가질 수 있다고, 네가 그랬잖아. '그냥 해버려.' 기억나지?
숀: 그만. 제발 그만 좀 해, 이러다 사람들이 봐. 그 신발 돌려줘. 이런거 하나도 재미 없어.
쉬반: 당연하지, 재미라니 말도 안 되지. 숀 홈즈!! 네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네 신발들에 대해서 말해줄까?? '그냥 말해버려'도 되겠니? 아마 이 신발은 너랑도 나랑도 다르지 않은 어떤 애가 만들었을 거야.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 애는 일주일에 1파운드를 벌려고, 말도 안 되는 공장에서 말도 안 되게 긴 시간을 일해. 그 덕분에 넌 '쿨'하다고 느끼는 거라구. 너야말로 정말 구제불능이지 않니?
쉬반의 아버지가 들었으면 딸을 무척 대견해했을 거예요 그런데 숀은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조금은 멍한 기분이에요. 무지 화가 나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도 어리둥절하고요. 오히려 숀은 지금 상황이 꽤 즐거워요. 양말만 신고, 이 밤중에, 눈에 쌍심지를 켠 어떤 예쁜 미친 애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말이죠. 그때 쉬반이 다시 얘기해요.
쉬반: 그러니까 그런 일에 동조하는 넌 바보천치야. 남들이랑 똑같은 걸 신으면서도 사람들은 자기가 그 망할 놈의 개성이 넘쳐난다고들 생각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다른 녀석들만 쫓아다니는 양떼나 마찬가지라고, 따라쟁이 양.
- 연극 ‘쉬반의 신발’의 중에서
[나]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케르키 마을에 사는 우마(8.여)는 축구를 해본 적이 없고 월드컵이 뭔지도 모른다. 아 가냘픈 여자 아이는 그러면서도 하루의 대부분을 축구공을 만드는데 보낸다. 그런 우마 옆에는 엄마와 언니, 여동생이 함께 쪼그리고 앉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나무 밑의 그늘에서 엉성한 침대에 걸터앉아 있지만 기온는 무려 45도.
이 마을 주민 600여명에게는 축구공 만들기가 사실상의 본업이다.
축구공 하나를 만들려면 총 32개의 가죽을 한뜸 한뜸 손으로 기워야 한다. 어린 나이 탓에 우마가 공을 하나 만드는 데는 다른 가족보다 다소 긴 4시간이 걸린다. 온가족이 매달려 만들어내는 공은 하루에 10개 정도. 그래야 한달 수입은 고작 20달러(공 1개에 6센트)다.
인도에서 이런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린이는 1만여명. 파키스탄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AP 통신은 5일 이들 어린이가 축구공을 만드는데 유년을 빼앗기고 있으며, 장기간 바느질을 하느라 시력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다고 고발했다. 바느질을 하거나 가죽을 자르면서 다쳐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노동 환경은 극도로 열악하다.
인도 노동법은 14세 이하의 어린이를 카펫이나 폭죽, 유리, 축구공 등을 만드는 위험한 작업에 동원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들 어린이는 공식적으로 취직된 것도 아니고 기업체의 급여 명부에도 올라있지 않다.
이같은 노동착취 현장에 내몰린 아이들은 대부분 무슬림이나 달릿(Dalit,불가촉천민) 등 최소한의 생계유지 수단을 보유하지 못한 극빈층의 자제들이다.
-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오리엔트 곧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으로서, 서양인의 경험 속에 동양이 차지하는 특별한 지위에 근거하는 것이다. 동양은 유럽에 단지 인접되어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유럽의 식민지 중에서도 가장 광대하고 풍요하며 오래된 식민지였던 토지이고, 유럽의 문명과 언어의 연원이었으며, 유럽문화의 호적수였고 또 유럽인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반복되어 나타난 타인의 이미지이기도 했다. 나아가 동양은 유럽(곧 서양)이 스스로를 동양과 대조가 되는 이미지, 관념, 성격, 경험을 갖는 것으로 정의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동양은 어떤 의미에서도 단순히 상상 속의 존재에 그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유럽의 ‘실질적인’ 문명과 문화의 구성 부분을 형성했다. 곧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을 문화적으로 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하나의 모습을 갖는 언설로서 표현하고 표상한다. 그러한 언설은 제도, 낱말, 학문, 이미지, 주의주장, 나아가 식민지의 관료제도나 식민지적 스타일로써 구성된다.
-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
1) 작가 팀 크라우치의 인터뷰 중 2) 수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쉬반의 신발>워크북에 제시되어 있는 각 차시별 목표와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여 제시하였으며, 학습목표는 워크북에서 설정한 목표를 학습목표 진술방법을 적용하여 진술하였음을 밝혀 둔다. 3) 수행학습의 3,4차시의 목표는 이 워크북 연구자들의 의도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어, 학습목표 진술방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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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록실
이번달 대학로 포럼은 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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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시대정신 52호 2011년 가을)
예술인의 행복 찾기
오세곤(순천향대학교 연극무용학과)
예술인복지법이 표류하고 있다. 연초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양의 비극을 접하고 들끓던 여론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늘 그렇듯 다시금 부박한 경제 논리와 무지한 형평 원칙이 맹위를 떨친다. 진정한 대책 마련을 위한 고민과 노력은 어디에도 없다. 이에 그렇지 않아도 자기 문제에 대해 주장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던 예술인들은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아마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예술인이 사라지고 예술 활동이 중단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예술인에게는 예술인복지법이 보장해 주고자 하는 경제적 삶보다 더 중요한 예술적 삶이라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인복지법은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법을 근거로 실현되어야 할 내용 때문에도 그렇지만 그 법의 통과가 지니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여기서 상징적 의미란 다름 아닌 예술과 예술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가리킨다.
1. 예술과 예술인의 가치
예술인의 중요성은 예술의 가치로부터 나온다. 예술의 가치는 그것이 없을 때 우리 국가와 사회가 어떤 상태가 될지 생각하면 쉽게 드러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였던 것 같다. 고구려 부흥 세력들은 국가 재건을 위하여 가장 먼저 예인과 장인을 챙겼고, 우리 역사상 최고의 국가 경영자였던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농업 발전을 위하여 수많은 과학 발명을 시도하는 외에 손수 기보법(記譜法)까지 창안해 가며 음악을 정리하였다. 예술을 문자나 과학기술과 함께 국가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예술의 가치를 본격적으로 따진 것이 이른바 몇 년 전 신조어로 나타난 ‘기초예술’이라는 단어이다. 기초란 모든 사물의 밑바탕을 의미한다. 기초학문과 기초산업과 기초사회가 그렇듯 기초예술도 국가와 사회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즉 기초예술은 응용예술, 실용예술, 상업예술 등과 비교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나 문화와 짝을 이루어야 할 개념으로서 국가의 존립기반이다. 기초예술은 한 사회공동체가 유지되는 문화적 토대가 된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모두 의식을 하건 안 하건 그 사회가 축적하고 생산한 문화 예술적 토양 속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영위해간다. 그러니까 바로 일상적 삶의 질을 규정하는 것, 즉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삶을 사는지의 기준이 바로 기초예술인 것이다. 또한 기초예술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촉진한다. 예술은 본성적으로 성공 확률이 낮다. 아니 낮아야 한다. 도자기를 깨는 도공의 장면을 생각해 보라. 자기 검열 기준이 까다로워 천개를 깨고 남은 단 하나의 작품조차 세상에 내놓기를 망설이는 도공과 자기 타당화가 심하여 웬만하면 다 작품이라고 내놓는 도공이 있다면 누구의 작품이 더 명품 가능성이 높겠는가? 이른바 ‘비효율의 효율성’이야말로 예술의 본성이다. 그렇게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낮은 확률을 무릅쓰고 시도하는, 걸작을 향한 노력은 고도의 과학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 더욱이 그렇게 개발된 고도의 기술로써 실현해야 할, 이른바 콘텐츠는 기초예술의 도움 없이는 결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사실 기초예술은 기존의 표현인 순수예술과 내용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본질이 같다면 명칭이 어떻든 그 중요성이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구태여 기초예술이라는 새 단어를 내세우게 된 것은 순수를 현실과 거리가 먼, 그래서 아예 신경을 안 쓰거나 가장 늦게 챙겨도 되는 사치품 정도로 여기는 무지함 때문이다. 상업예술은 그 표현부터 명백히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다. 반면에 순수예술은 이윤 창출이 아닌 예술적 가치 실현, 즉 예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성취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오해가 발생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하여 순수예술 대신 기초예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기초예술은 그 표현 자체에 경제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그 표현은 예술은 순수해야 하므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거나, 배가 고파야 우수한 작품이 나온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를 단호히 거부한다. 더불어 가깝게는 인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으로부터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즉 사회적 내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확언한다. 사실 예술의 국가적 위상이 어때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국가의 존립기반인 예술을 극빈생활조차 감내하는 몇몇 예술인들의 강한 의지나 인내력에만 의지하는 집단적 몰지각은 사라져야 한다. 국가 차원의 응급조치는 물론이고 종합적이면서도 세밀하고 유연한 예술 정책이 시급한 것은 그 때문인 바, 이 정책이 예술에 대한 지원 정책과 예술인에 대한 복지 정책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2. 예술인의 행복
예술인복지법에서 말하는 복지란 한 마디로 행복의 보장을 뜻한다. 그렇다면 예술인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예술인이란 대부분 스스로 좋아서 그 길을 가는 이들이다. 물론 어렸을 때 타의에 의해서 선택한 경우도 있겠지만 이후 보람과 즐거움이 없다면 결국 중단하거나 의미를 잃은 명맥 잇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일단 예술인이라면 정신 부분의 행복은 확보 가능한 셈이다.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예술인들이 일반 직장인과 달리 별도의 여가활동 없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과 몸은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친다. 즉 예술인에게도 먹고 사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며, 정신적 행복과 육체적 행복은 함께 가야 한다. 이에 대해 “배가 부르면 작품이 안 나온다”느니 “배가 고파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느니 하는 말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아마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질 일을 개인에게 전가하기 위해 지어낸 교묘한 말장난이거나, 예술인들 스스로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현실이니 마음이라도 편하고자 만들어낸 일종의 주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훌륭한 작품을 내놓다가 유명해지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이후 작품이 힘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예술인으로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정신적 나태의 문제이지 결코 모든 예술인에게 적용할 철칙은 아니다. 또 경제적 부분에는 아예 눈을 감은 채 주옥같은 작품을 지어낸 예술인들도 있다. 그러나 거부의 자제나 되면 모를까 십중팔구 그 예술인의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것이며, 가난의 대물림으로 자손들의 삶마저 비참한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모름지기 직업이란 그로써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렇게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예술은 제대로 된 직업이라 보기 어렵다. 직업의 가치를 철저히 돈으로 계산하는 보험사에서 예술인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그것은 명확하다. 이에 단언하건대 예술인의 행복이란 작품 활동에서 오는 정신적 행복과 함께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삶의 유지를 바탕으로 하는 물질적 행복이 함께 해야 한다. 즉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며, 그렇게 작품 활동에만 전념하더라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예술정책을 거론함에 있어 작품에 대한 부분은 주로 지원정책으로 분류하고 복지정책은 경제적 의미로 사용한다. 그래서 최근의 예술인복지 관련 법안들 모두 예술인의 범위와 함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주로 경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기실 예술인에게 복지란 두 부분 모두 해당된다 하겠다.
3. 행복의 장애물
모든 예술인이 그렇겠지만 연극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역시 연극을 하는 순간이다. 물론 작품이 뜻대로 되지 않아 불행하다 느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연극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결국 연극인에게 행복은 앞서 예술인복지법과 같은 복지 정책이 추구해야 할 이른바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그 이전에 맘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도 있다 하겠다. 물론 그것을 위해 꽤 역사가 깊은 예술지원정책이 있다. 그러나 수십 년 펼쳐왔다는 그 정책의 체감온도는 실로 차갑기 이를 데 없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예술지원정책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그 핵심은 현재의 공모제가 아닌 ‘찾아서 지원하기’와 다양한 경우를 살핀 뒤 ‘맞춰서 지원하기’, 그리고 특히 신진에게 해당되는 ‘무조건 지원’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정책 결정 단계에서는 번번이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세 번째 ‘무조건 지원’에 대해서는 거의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신진에 대해 무조건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가 누구나 다 예술가가 되겠다고 나서면 어쩔 것이냐?”는 게 그 반대의 논리인데, 약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그 어려운 예술가의 길을 선택할 사람이 과연 그렇게 많을지 의문이다. 결국 꽤 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예술지원정책은 예술인의 행복 추구에 별 도움을 주지 못 하는 듯하다. 과거 연극인들은 여러 이유로 활동에 제한이 있었다. 80년대 후반까지 엄격한 검열도 있었고, 또 극장도 많지 않아 연극협회 소속이 아니면 대관 자체가 어렵거나, 설령 대관을 하더라도 행정관청에 가서 대단히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만 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소위 기성이라는 굳건한 제도였으니 신진연극인들에게는 결코 넘을 수 없어 쳐다만 봐야 하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물론 이제 그런 장애물들은 적어도 가시적으로는 사라졌다. 내용의 불온성을 주로 가리던 그 혹독했던 검열제도는 이미 폐지되어 지금은 소아 및 청소년 관람 가부 정도만 가리면 되고, 극장은 대학로만 해도 150개를 헤아릴 정도로 넘쳐나며, 비록 연극협회가 있다 하나 그 소속 여부가 연극하는 권리의 전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말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이 있으니 바로 제작비이다. 대학로에서 소극장 연극 한 편을 한 달 정도 공연하려면 어느 정도의 돈이 들까? 물론 작품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직경비가 많으므로 어느 정도 가늠이 가능한데, 그 대표는 당연히 대관료이다. 약 150석 정도의 극장 중 상위그룹의 경우 하루에 70만원(주중)에서 90만원(주말) 정도를 받는다. 그러니 한 달이면 2,000만원 이상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또 무대, 의상, 조명 등 스태프 관련 비용 1,000만원, 연습부터 공연까지 약 3개월의 진행비 1,000만원, 인쇄비를 포함한 홍보 기획비 1,000만원을 합치면 간단하게 5,000만원이 된다. 즉 인건비는 전혀 계산 않고도 한 달 공연에 5,000만원을 벌어야 간신히 제작비를 건질 수 있다. 그러려면 1회 공연에 최소 17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려야 하는데, 대학로 공연의 객단가를 1만원 정도라 할 때 매회 본 객석 외에 보조석까지 완전히 유료 관객으로 채워야 가능한 액수이다. 여기에다 인건비를 계산하면 모든 것은 농담처럼 되고 만다. 즉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10명 정도가 출연하고 10명 정도가 스태프로 일을 한다 할 때, 그 20명에 대하여 월 평균 인건비로 100만원만 계산해도 월 2,000만원이고, 연습과 공연 합쳐 최소 3개월은 필요하므로 제작비에 6,000만원이 추가되어야 한다. 결국 총 제작비는 1억 1,000만원이 되는 셈인데 이 경우 한 회 평균 400만원 정도를 벌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결국 거의 실현이 불가능한 계산이 나오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 제작비라는 장애물이야말로 현재 연극인들의 예술적 행복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연극인들 사이에 ‘저예산’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줄일 수 없는 예산이 있다. 바로 경직경비의 대표라는 대관료이다. 익히 알다시피 인건비는 거론 자체가 거의 무의미하다. 스태프 관련 제작비용도 작품 콘셉트를 바꾸어 최소화할 수 있다. 인쇄비도 마음을 비우면 상당 부분 포기가 가능하다. 진행비도 고생을 감수하면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대관료는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 결국 남는 방법은 공연 기간을 줄이는 것뿐인데, 그건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익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되니 결코 프로라고 할 수 없는 선택이 된다. 그러나 방법은 역시 그것뿐이다. 앞서 예술인에게 경제적 행복과 정신적 행복이 있다 했는데, 물론 그 둘을 결합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분리해서 하나만이라도 충족시켜야 한다. 공연 기간을 줄여서라도 활동의 맥을 잇는다는 것은 바로 그 분리의 방법이다.
4. 행복 찾기
이 여름 대학로 노을소극장에서는 특이한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이른바 ‘PADAF’라고 하는 생소한 이름의 행사인데, 이것은 ‘Play And Dance Art Festival’의 약자로서 연극과 무용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그 성격을 분명히 알 수 없고, 부제로 붙은 ‘새 예술 새 무대-엉뚱한 발상, 발칙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보아야 비로소 젊은 연출가와 젊은 안무가가 모여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특별한 의도가 드러난다. 7월 19일에서 9월 4일까지 7주 동안 7명의 젊은 연출가와 7명의 젊은 안무가가 매주 연출-안무의 짝을 이루어, 때로는 연극과 무용이 융합된 하나의 작품으로, 때로는 연극과 무용 별도의 두 작품으로 발표하는데, 후자의 경우에도 대개는 같은 원작이나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형식으로 무대화한다. 참가자와 작품을 보면 첫째 주는 송은주 연출(극단 바른생활)과 최성욱 안무(블루댄스 씨어터)의 <서울 댄스홀을 許하라>, 둘째 주는 정대용 연출(떼아씨네 아산)의 <하세요>와 신아람 안무(서울현대무용단)의 <Solitary Bee>, 셋째 주는 안수환 연출(Team.7o'clock studio)의 <Antigone>와 황영근 안무(The Root dance company)의 <마음에 강요하다>, 넷째 주는 강경호 연출(Art Factory 'KKUN')과 유민경 안무(툇마루무용단)의 <욕망의 진화>, 다섯째 주는 최정환 연출(극단 노이)의 <Romeo & Juliet. Live.>와 허은찬 안무(META DANCE)의 <The Energy #1>, 여섯째 주는 이태근 연출(극단 천둥)과 신지원 안무(남수정 무용단)의 <푸르케리마-가장 아름다운 자->, 일곱째 주는 석성예 연출(gowithus PAC)과 민들레 안무(떼아트르 현대무용단)의 <오동리 소방서> 등인데, 제목만 보더라도 발상의 신선함과 돌출하는 에너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행사를 위하여 모인 14명의 젊은 예술인들은 몇 가지 특별한 조건을 수락하여야만 하였다. 물론 연극과 무용이라는 상이한 장르가 만나야 한다는 것이나, 같은 원작 내지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한이야 행사의 성격상 아무리 까다로워도 지켜야 하는 전제이니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극장을 저녁 6시부터만 사용할 수 있으며, 공연 후에는 세트 등을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나 기획 홍보까지 포함하여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공연에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원칙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불편한 제한을 두었을까? 바로 제작비라는 가장 큰 장애물의 극복을 위한 현실적 방책이다. 즉 이 행사를 위하여 노을소극장은 하루를 오전과 오후, 저녁으로 나누어 대관하는 분할대관과, 같은 시간을 둘 이상의 단체가 함께 대관하여 사용하는 연합대관 제도를 만들었다. 젊은 예술가들을 모아 놓으면 뭔가 생산적인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대학로의 대관료는 너무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매월 엄청난 임대료를 물어야 하는 극장의 입장에서 대관료를 무조건 낮출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분할 대관과 연합대관일 것이다. 물론 오전이나 오후 대관이 순조롭게 잘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선구자의 자세라면 한 번 노력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아무리 공연을 하는 데에만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여도 관객이 없으면 공연은 완성이 되지 않는다. 즉 최소한의 홍보기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또한 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각 단체에서 홍보기획 관련 일을 분담하고 인쇄물도 꼭 필요한 최소한으로 맞춘다는 대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대관료와 홍보기획 인쇄비로 결정된 단체별 부담금은 50만원이었다. 아마도 여기에 실제 작품 제작을 위해 다시 그 정도의 금액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모두 합해도 약 100만원의 제작비로 작품 한 편을 만드는 셈이다. 앞서 5,000만원이니 1억 얼마니 했던 것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액수이니, ‘저예산’이 아니라 ‘초저예산’ 또는 ‘초초저예산’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이 여름 ‘PADAF’를 보며 행복한 꿈을 꿔 본다. 불편한 제한 요소들을 극복하려는 젊음의 고민들이 모여 샘솟는 예술의 원천을 이룰 수는 없을까? ‘PADAF’가 지속적으로 젊은 예술인들을 품어 키워내는 소위 예술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는 없을까? 기성이 쌓아올린 그 두터운 장르분리의 벽을 ‘PADAF'의 젊은 힘으로 허물어 버릴 수는 없을까? 비록 예술인복지정책도 예술지원정책도 모두 신통치 않은 참담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진정 예술다운 예술의 세상이 이루어지고 거기서 예술인의 참 행복을 찾게 되는 간절한 희망을 품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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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기자 jh40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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