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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갔더니 원장선생님이 봉사활동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예전부터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회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선생님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간 곳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가정집이었어요. 직접 찾아가 보니 손이 부족한 게 제일 힘들다고 하기에, 엄마들의 특기인 ‘건강하고 맛있는 밥과 반찬’으로 함께 하기로 했죠.
그렇게 마음이 맞는 엄마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 바로 ‘죽우회’였고요,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려고 수원시에 정식으로 자원봉사활동단체로 등록도 했답니다.
솔직히 식사봉사라는 게 딱히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니고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아니잖아요. 그렇다보니 저희 스스로가 보람을 느끼지 않으면 활동을 지속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적은 인원으로도 도울 수 있는 곳, 금전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더라도 봉사활동만으로도 충분히 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곳을 찾게 되었고 굿네이버스 경기남부지부의 ‘좋은이웃,좋은친구그룹홈’까지 오게 되었죠.
그룹홈에 대해 O.T를 하는데, 딱 그 순간에 알았어요. “아, 여기구나!”라고요. 어른들로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이니까, 저희가 엄마의 마음으로 마련한 따뜻한 밥 한 끼로 가장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으로 시작했죠.
그룹홈은 학대 위험상황으로부터 아이들을 긴급하게 분리시켜 보호하고, 일정 기간 동안 아이들을 보살피는 곳이잖아요. 그렇다보니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갖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있죠.
제일 기억에 남는 아이는 지영이(가명)인데요. 6살 정도 되었을까…. 유난히 저희를 따르고 큰 이모뻘인 엄마들을 ‘큰언니’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굴었어요. 참 많이 안기고 예쁜 아이였는데, 지금은 건강하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지내고 있겠죠?
그리고 4년 전쯤인가, 목요일에 갔더니 100일 된 아기가 있는 거예요. 이 아름다운 생명이, 소중한 인생의 시작을 그룹홈에서 해야 한다니…. 화도 나고 마음도 너무 아파서, 엄마들이 아이들 몰래 눈물을 훔쳤어요. 같은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해서요.
생활의 일부예요. 저희집 아이들도 엄마의 목요일은 그룹홈 가는 날이라고 할 정도로 어느 샌가 일 년의 계획이 그룹홈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세워져서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목요일은 약속을 잡지 않아요.
가족들도 뭔가 거창한 나눔은 아니어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보고 배운대로 하게 된대요.’ 저의 봉사 활동을 억지로 권하지는 않지만, 제가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함께 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고요.
봉사활동을 계속 하다 보니 제가 제일 많이 변했더라고요. 봉사라는 게 자기 위주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함께 하는 분들의 상황이나 관계를 먼저 배려하고 챙기게 되고요. 꼭 그룹홈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저희가 외부에서 말 한번 잘못하면 아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가게 되잖아요. 자원봉사든 어떤 사회 활동이든 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돕는 일은 거창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꼭 경제적인 도움이 아니어도 괜찮잖아요. 우리 이웃들에게 따뜻한 말 한번 건네는 것,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정말 작은 관심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고, 이게 바로 나눔이잖아요.
이렇게 작은 ‘나누고픈 마음’과 ‘꾸준한 실천’이 바로 지금의 죽우회, 그리고 굿네이버스가 있게 한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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