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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불편한 진실
점점 거대해지고 있는 자본주의와 광고의 공생관계를『광고의 불편한 진실』을 통해 파헤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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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습격사건 |
2003년 10월 17일 파리 지하철. 잘 조직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페인트와 매직펜을 들고 소리 없이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모여든 그들은 파리 지하철 플랫폼과 역에 게시된 모든 광고물들을 페인트와 매직펜으로 더럽히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화와 정신을 상품화’하는 광고에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모인 시위대였다. 광고업자들은 즉시 시위를 선동한 사이트의 운영자들을 고발했고 이후 사이트는 폐쇄되었다. 하지만 광고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는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이 광고를 반대하며 시위를 주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재화의 소비가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소비자중심주의를 광고가 전파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과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생산제일주의를 생활방식의 기초로 삼아 사람과 천연자원을 더 많이 고갈시키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상품을 소비하는 만큼 자원은 줄어들고 쓰레기와 공해는 늘어나서 세상을 더욱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요지다. |
자본주의 광고의 불편한 진실 |
산업혁명과 함께 유럽과 미국에서 최초의 광고업자가 나타난 것은 19세기 중엽이었다. 이후 광고는 자본주의에 반드시 필요한 조력자도 등장하는데 왜냐하면 광고가 근본적으로 현대의 대량생산과 그의 필연적 결과인 잉여 물자를 유통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자본주의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서 경제규모를 키워야만 존속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자본의 끝없는 축적의 원칙에 기초한 자본주의는 생산이 감소할 경우 몰락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경제는 계속해서 정체하거나 후퇴할 수 없다. |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해서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광고는 사고자 하는 욕망을 재생산시키고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게 만들고 개인의 상상을 억누르면서 현대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소비자중심주의 속에서 우리는 결코 우리의 욕망과 필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더 바라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공허, 권태, 무기력감이다. 이와 함께 광고는 힘들이지 않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꼬드긴다. 이 상품만 가지면 편리하고 안락하며 행복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유혹은 강력하고 메시지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렇게 행복을 보장해주겠다는 상품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고된 노동의 현실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상품을 사기 위해 현재의 고된 노동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 것, 그것이 바로 광고와 자본주의가 목표로 하는 것이다. 『광고의 불편한 진실』은 이런 자본주의와 광고의 공생관계를 치밀하게 파헤치고 있는 ‘불편한’ 책이다. |
신격화되는 브랜드 |
광고의 기교는 날로 발전하여 상품을 신비스러운 우상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가치의 동일화를 위한 마술적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전에는 부족의 토템역할을 하던 상징을 이제는 상표가 대신하게 되었다. 나이키 신발을 신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알아보며 연대감을 느낀다. 연대감을 느낀 아이들은 상표의 추종자가 되어 과잉 소비자로 전락하고 그 과정에서 상표는 집단 정체성이라는 감정을 만들어내 자신을 확장한다. 나이키의 신봉자가 나이키를 조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공격 당한다고 느끼는 것은 나이키를 조롱하는 것이 그들의 신을 모독하고 그들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제 상표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
광고 뒤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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