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화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2005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을 비롯해 '채식주의자', '나무 불꽃' 등 '채식주의자' 시리즈 세 편이 고스란히 엮였다.
영혜(채민서)는 악몽에 시달리면서 육식을 거부한다.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는 아버지에게 반항하다 손목을 긋는가 하면,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슬럼프를 겪던 비디오아티스트 민호(김현성)는 아내 지혜(김여진)로부터 처제인 영혜가 엉덩이에 아직 몽고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예술적 욕망에 사로잡힌다.
영혜는 온몸에 꽃을 그리는 민호의 작업에 참여하면서 안도와 해방감을 느끼고, 두 사람은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지혜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영혜는 나무가 되겠다며 음식을 거부하고 말라 죽어간다.
영화 순제작비는 3억5천만원, 촬영 기간은 한 달. 채민서는 몸무게 8㎏을 줄였고, 김현성은 10㎏을 늘이면서 쉽지 않은 노출 연기를 감행했다.
하지만 사건이나 이야기가 아닌 죽음과 존재, 욕망과 예술이라는 형이상학적 고민으로 가득 찬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듯하다.
아무리 좋은 소설을 영화화한다고 해도 성공한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은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눈앞에 직접 내보일 수 있는 것보다 그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영화가 원작의 깊이와 고민을 흠집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원작에 애정이 많은 독자라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겠다.
소설을 읽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영화로 만들었다는 임우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지난달 열린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았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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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yy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2/07 08: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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