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4년, 인류는 지구의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계 위성인 판도라에 있는 자원을 캐오려고 한다. 침투를 위해 판도라의 원주민인 나비(Navi) 족의 신체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여 새로운 생명체인 아바타를 탄생시킨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해병대 출신이나 지금은 하반신 불구인 제이크(샘 워딩튼 분)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나비 족으로 침투한다. 제이크가 나비 족에 성공적으로 동화될 즈음, 인간들은 마침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나비 족을 공격하게 되는데….
인간이 나비 족의 근거지에 맹폭을 가하는 장면은 자연스레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서 미군이 베트콩의 근거지를 폭격하던 장면이 떠오르게 하고, 현대 무기를 앞세운 인간들 앞에 말 타고 화살로 대항하는 나비 족에는 기병대의 습격에 항거하던 인디언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외에도 많은 영화와 비슷한 스토리, 또는 유사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늑대와 함께 춤을’, ‘포카혼타스’, ‘매트릭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 심지어는 표절 시비까지 거론될 정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토리나 주제가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비주얼이다. 영화의 절반 이상을 CG(컴퓨터 그래픽)로 처리했고, 주연 배우들이 실제 배우가 아닌 CG캐릭터들임에도 그 묘사가 워낙 정교해 실사와 CG를 구분하기가 애매할 정도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세계를 CG를 통해 창조했건만 허구라는 느낌보다는 판도라라는 우리 눈을 압도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들어가 실제로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만큼 생생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세 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도 후딱 지나간다. 순수 제작 기간으로 4년이 소요되고, 제작비가 3억불 이상이라는 소문이니 퍼붓기도 엄청 퍼부은 영화다.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 특히 아이맥스 3D로 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 약간 어지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곧 적응이 될 것이다.
경제 논리를 앞세운 인간들(미국이 대표한다고 봐야 함)이 자연을 훼손하고 원주민을 학살하는 악으로 그려지지만, 결국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영웅 또한 그들 중 하나라는 사실은 여전하다(할리우드 영화의 자존심).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