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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숲에는 안개가 산다
장코폴로
2013. 12. 31. 11:54
헤세의 숲에는 안개가 산다
헤세의 숲에 들어서면
잊은 듯 흐린 기억들이 살아난다
세월의 실핏줄 위로 피어오르는 박동
추억을 통째로 드러내어
깊이 모를 안개바다에 띄워놓는다
생의 나침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시절
밑줄을 긋거나 일기장에 옮겨져
오래된 보석처럼
청소년기를 지배하던 언어들
나는 지금도 가끔 헤세의 숲으로 간다
현실의 무게, 혼돈스러울 때
이팝나무의 잔향이 묻어 있는 숲으로 간다
밤의 정령이 뿌리고 간 눈물조각들이
안개 강 만들며 아침 맞는다
허름한, 헤세의 숲에는 늘 안개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