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장석용 문화비평가]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 포이동 M극장에서 'Green Peace(녹색평화)'를 모티브로 한 숙명여대의 창작무 네 편이 공연됐다. 전통이라는 신비적 힘을 가진 집단의 나들이 격에 해당되는 이번 공연은 숙대라는 동질감에서 출발하지만 자유창작 분위기를 몸소 펴내는 가공적(假空的) 상황을 전제한 현실, 현실을 기초한 가공을 보여준 의욕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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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정 안무의 『6°c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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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수정 안무지도의 『End…And…,종말…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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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수정 안무지도의 『End…And…,종말…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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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수정 안무지도의 『End…And…,종말…그리고…』 | 차수정 안무지도의 숙명여대 한국무용전공 재학생으로 구성된 『End…And…, 종말…그리고…』는 온난화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여덟 등장인물은 스프레이, 택시(매연, 기름), 휴지 등으로 각자 환경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파괴와 피해 영상이 스쳐가고, 현재와 과거 사이, 파괴의 정도에서 오는 통증이 표현된다.
현대를 치장한 한국무용 전공학생들의 극적 구성, 춤연기가 흥미롭다. 새가 울고, 소녀는 장미를 관객들에게 나눠주며 아름다운 지구를 지킬 것을 부탁한다. 미소를 날리며 의식(儀式)으로 다가오는 행위는 환경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보여주는 정당한 사고다. 간결한 수사로 연출된 기조 춤은 이성적 사고에 기초한 자료 제시형 춤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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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정 안무의 『6°c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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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정 안무의 『6°c의 비밀』 | 최희정 안무의 『6°c의 비밀』은 인류의 욕심으로 파멸한 과거. 그 불행한 사건들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욕심을 고백하고, 그 욕심을 해체시킨 후 다시 자신의 복귀함을 그린다. 기온이 6도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이 와도 모든 생명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는 결국 거대한 실험장으로 변해가고 그들의 착오가 세상을 파멸로 이끈다'는 서태지의 노래 가사는 담론을 제시하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안무가는 인간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서태지의 음악을 선택한다. 누구나 공감하고 소망하는 것들을 가사로 담고 있는 곡, 그 음악들은 '아 이렇게 살아가서는 안 되겠구나!' 라고 깨닫게 하는 힘이 있었다. '필승-take one–모아이' 등의 노래를 통해 '과거의 기억-욕심으로 가득 차 있던 인간들-결국 터져버린, 해체된 인간들-세상은 난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간들'을 표현한다.
도입부에 무시무시한 공포, 두려움을 표현하는 악기 '스프링 드럼'을 사용하여 우주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소리를 대변한다. 라디오는 지구를, 빨간 털실은 지구가 인간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 소리, 말을 대변하는 오브제로 사용하였다. 최희정의 데코럼은 지적 아날로지로서 작품을 격상시키고 자신의 춤의 모형을 제시한다. 주제의 동일성에 밀착된 『6°c의 비밀』은 춤 경험의 올바른 형식을 찾아낸 모범 답안 중의 하나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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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영 안무의 『Ending....?!, 종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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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영 안무의 『Ending....?!, 종말…….?!』 | 윤하영 안무 『Ending....?!, 종말, ...?!』의 현시점은 지구의 멸망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구에 생존한 단 한 소녀,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 소녀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지구온난화, 심각한 사회, 환경적 문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Ending,,,?!, 종말』은 인간에 의해 '지구의 멸망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전개된다. '인간이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이 아닌 신이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어떠할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항 속에 담긴 물과 새싹-지구의 모습을 형상화한 소품, 실-신이 만들어낸 허상의 공간, 지구, 흰 천-물을 상징한다. 새싹이 피어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하여 단조로운 선율로 표현한 피아노 경음악이 사용된다. 행 드럼 음악은 물을 표현하기 위하여 물이 흘러가는 모습과 잔잔한 물의 모습을 생각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윤하영 춤의 형상인(形象因)은 주제에 나와 있다. 안무가의 상징과 사운드는 동화적 분위기를 차용한다. 극단의 비극적 상황 묘사는 희극적 면모를 지닌다. 윤하영은 관객과의 감정의 교류로 엄숙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불통은 이어폰을 끼고 빨간 우산을 들고 등장하는 여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장작타는 소리, 물방울 소리 등 사운드 수사와 어울린 흰 천과 둥근 어항을 이용한 춤꾼들의 연기는 꽃, 사과, 새를 불러들이는 희망의 상급춤을 소극장에 상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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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희안무의 『어느...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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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희안무의 『어느...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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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희안무의 『어느...덧...』 | 이민희 안무의 『어느...덧...』은 인간과 자연 사이를 담백하게 담아낸다. 초록색 새싹이 피어있는 화분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은 커져만 가고, 지구온난화로 화산폭발, 쓰나미 등 기후변화의 피해로 인간들은 고통으로 물들어간다. 조금씩 힘을 보태 오염된 지구를 살려내려는 인간들의 노력이 시작된다. 인간과 자연은 공존한다. 지구를 병들게 한 것도 인간이고, 지구를 낫게 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다. 화분에 예쁘게 피어있는 푸른 새싹의 존재, 땅속에서 절대 썩거나 분해되지 않는 비닐, 환경오염의 주범이었다. 무용수가 새싹을 뽑아 드는 마지막 장면, 새싹이 아니라 비닐봉지이며 지구오염을 나타낸다.
안무가는 한국인의 한이 담긴 구음을 사용하여 지구온난화의 피해현실을 나타낸다. 첫 나무 장면에서 낮은 구음을 구슬프게 사용하여 나무를 살릴 수 없는 애잔함을 높인다. 점점 고조되는 음악효과를 위해 국악인의 목소리를 첫 박에는 하나의 목소리, 다음 박자에는 다른 구음의 두 개의 목소리를 합쳤고, 그 다음 박에 세 개, 마지막 최고조에는 네 개의 목소리를 합쳐서 긴장감과 애달픔을 표현하고 있다. 대기오염(미세먼지, 황사, 먼지)을 연상 시킬 수 있는 하얀 가루와, 나무를 형상화시키는 진한베이지 의상을 사용하고 있다.
예술은 미래를 말하기 적합한 영역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공포의 재앙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인간들의 이기심이 박살나는 소리이기도 하다. "자연이 곁에 있을 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자연이 재앙이 되어 돌아 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원초적이지만 강력한 메시지다. 이 작품은 몸의 언어로 현시대 피폐되어 가고 있는 자연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다.
이민희, 세련된 아이러니로 결론을 도출하는 창의적 힘을 보여준다. 문명의 이기가 몰고 온 재앙을 축조적 구성으로 완성시키며, 춤의 상상 속으로 빠지게 하는 낭만적 고뇌의 흔적이 묻어난다. 그녀는 일류미네이션의 한 본보기로 박진감 있게 작품을 이끌어 간다. 제목과 달리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춤은 열정적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
겨울의 서(序), 2013 숙명여자대학교 무용과 기획공연에 출품된 창작무 네 편은 '환경'이라는 주제를 같이한 의미 있는 실험작들이었다. 이런 실험적 공연들이 횟수를 거듭한다면 명작을 산출할 것이다. 용기 있는 소극장 무대로의 도전이 개인의 자신감 획득과 선의의 경쟁심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뭍으로 나온 숙명여대 무용단의 공연에 존중을 표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