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

장코폴로 2013. 9. 30. 23:44

유럽역사를 관통하는 다뉴브 강변의 3代 이야기

에밀 쿠스투리차 감독의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

 

에밀은 55년생 양띠로 유고 사라예보 출신으로 체코 프라하 영화학교 FAMU 연출과를 졸업했다.졸업 작품 <게르니카,76>로 79년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학생부문 대상을 차지하는등 에밀은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낸다.

 

동유럽 국가의 영화 거장 에밀 감독의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98>는 독일의 지배를 받은 사람들의 공동 정서를 대변하는 작품중의 하나이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그는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에서도 음악을 신세대 감각에 맞게 선곡하면서도 전통적 리듬에도 충실하다.관객을 꿈꾸게 만드는 영상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는 그는 환상적 은유시인이자,발칸의 펠리리라는 말에 걸맞게 영화의 모든 부문에 정통하다.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는 푸른 다뉴브 강가에 모여사는 두 집시 집안의 어긋난 결혼식을 계기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과 예측 불허의 사건이 유쾌하게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자유분방하고 낭만적인 집시들의 결혼과 장례풍습이 그들 특유의 재치와 해학,아코디언의 구슬픈 발라드 댄스곡으로 어우러지는 작품이다.이 작품은 행복한 결말을 위해 시종일관 스토리를 전개시키며 관객의 폭소를 자아낼 떠들석한 농담과 실수,예기치 않은 우연은 관객이 이 축제에서 함께 즐기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진도의 장례식 풍습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의 장례식 장면은 기발한 상상력이 동원된다.할아버지가 죽자,집 마당에서는 장례식 대신에 결혼식이 치뤄지고,축제에 온 손님들은 아코디언에 맞춰 춤을 춘다.

 

나이어린 신랑은 턱시도를 입으며 눈물을 훔춰대고,난장이 신부는 면사포가 싫어 악을 쓰며 저항한다.축제가 무르익고 모두 사랑에 빠져있을 때,이 이상한 커플에게 사건이 일어난다.신부가 도망을 간 것이다.런어웨이 브라이드.그녀를 찿기위해 온갖 노력이 동원되지만 허사. 할아버지가 살아난다. 이 황당한 스토리를 생각하면 이 영화의 영화적 상상력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혀왔다.많은 체험들이 전쟁을 통해 예술로 승화되었다.그것은 광란에 휩싸여 있거나 격한 사랑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처참한 비극의 막바지에 달해 있기도 한다.

 

우리가 6․25 전쟁을 잊고 달콤한 초코렛 맛에 취해 있거나 몽환적 환상에 젖어 있을 때, 유럽에서는 여전히 제2차세계대전을 중요한 영화 소재로 선택하고 있다.그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전쟁의 공포와 광기를 주지 시키고 있다.역사와 철학과 문학이 없는 영화는 단지 일회용 상품일 뿐이며 단 한번의 마스터베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깐느영화제 단골 수상자인 그에게 98년 베니스영화제는 은사자상을 수여했다.제목이 암시하듯 검은 고양이 이건 흰 고양이 이건 고양이는 고양이이다.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그 자체로 모두 평등한 의미를 부여받았다.커다란 우주속에 약자도 강자도,백인도 흑인도 동등한 것이다.그러나 강자는 전쟁을 일으키고,권력이 있는 자는 그것을 남용하고,부유한 자는 가난한 자를 착취하며,깡패들은 서민을 괴롭힌다.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언더 그라운드,95>가 세르비아의 선전물이라고 공격을 당한후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프랑스,독일,유고 합작으로 <검은 고양이,흰 고양이>를 만들었다.사실 그는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돌리벨을 아시나요,81> 이후 <아빠는 출장중,85>로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집시의 시간,89>으로 깐느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최우수 각본상,<아리조나 드림,93>으로 베르린 영화제 은곰상을 타는 등 천재성을 과시해왔다.

 

백두대간 32번째 개봉작인 이 작품은 스크린을 통해서만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