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에 투영된 물의 이미지 소묘
영화속에 투영된 물의 이미지 소묘
해마다 지구의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고,도시화․문명화가 진전되면서 물의 소중함과 물 절약․효율적 관리라는 절대명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물전쟁을 치뤘고,시대를 떠나 물은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깨끗한 물의 보존과 물사용 습관에 대한 획기적 인식전환 없이는 몇십년 내에 물이 부족할 것은 분명하다.
미국 서부극에서 대목장 경영주들 간에 물을 사이에 두고 목숨을 건 결투가 벌어지는 장면을 여러번 보았을 것이다.물이 소중하다는 이야기는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 만은 아니다.
우리의 도서벽지와 특히 울릉도․독도에서도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다.아프리카나 중동 국가에서 물의 남용은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초창기 영화들속에 등장하는 물과 인접한 영화로들은 심훈이 이수일로 등장한 <장한몽>을 들 수 있고 대동강가의 부벽루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준다.윤봉춘의 <신개지>는 논물 싸움 때문에 사람을 해쳐 옥살이를 하는 젊은이의 행로를 그린것이고,방한준의 <거경전>은 거친 파도를 헤치며 동해안에서 고래를 잡는 어부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이규환의 <임자없는 나룻배>는 근대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뱃사공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로렌스의 안내인이 남의 우물물을 허락없이 마셨다가 죽음을 당하는 장면이라던가 <벤허>에서 벤허가 로마군에 노예로 끌려가다가 물 한모금으로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는 물이 주는 의미가 얼마나 심오한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은 물로 땅을 축복하셨고,부처님 오신날에는 물로 아기 부처를 씻기는 의식이 있다.물은 그만큼 중요한 존재로서 몸을 정결케 하는 것과 더불어 종교적 의식에는 필수적인 것이다.심마니류의 영화에는 반드시 몸을 씻는 장면이 나온다.
물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고 있으며 우리들의 마음을 비쳐주는 도구로서 우리들의 죄를 씻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행복을 기원하는 많은 아낙내의 핵심은 정한수였다.
영화속에서 물은 늘 양면성을 보여준다.물의 근원인 작은 샘물에서 우물물,실개울물,하천물,강물,바닷물의 모습들은 언제나 낭만적인 풍경들로만 남아 있지 않다.온천수,수증기,눈,얼음등의 모습은 물의 또 다른 이면이다.물은 종종 평화와 재난,구원과 파멸,풍요와 빈곤,속죄와 타락,낭만과 방탕의 모습들로 대비되어 나타난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보이는 낭만은 <시티 오브 조이>에서 빈민가를 휩쓰는 난폭꾼으로 변한다.<넬>에서 보이는 잔잔하고 종교와 같은 물은 <죠스>에서는 공포의 대상이 서식하는 물로 변하기도 한다.아름답고 그림같은 레만호는 이 같은 환경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이다.드라마 <레만호에 지다>는 작가가 감탄해서 만든 작품일것이다.<갯마을>에서 보여지는 바다는 치열한 생존장이었지만 이젠 아름다운 관광지로 묘사되고 있다. 물은 <만딩고>의 종교의식에서 <칼리귤라>의 실내수영장에 이르기까지 의미도 다양하다. 엄청 먼곳에서 사막한가운데 까지 물을 끌어다가 녹색의 신화를 이루고 있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의 대역사는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가.바로 물이다.리비아의 온 국민들이 통수식날 열광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물이 있는 도시는 아름다운 것이다.
오홍채 감독의 <녹색의 신화>라는 다큐멘타리는 이 시점에서 아직 우리가 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을 때 물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박철수 감독의 <가족 시네마>에서 붕괴된 가족이 봉합되는 순간은 모든 가족이 따뜻한 온천물이 그들을 감싸는 야외 온천욕을 하면서 서로를 용서하며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에서는 우물물 장면이 맨 먼저 나온다.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바로 우물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가까운 이웃이 한 단계만 넘으면 아주 무서운 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물은 향수와 꿈과 순결함과 생명의 근원을 떠올리게 하며,평화로운 시절에는 마을 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며 살아가는 공간임을 상징하고 있다.
물은 주제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미학적 환경이다.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부초>등의 영화들에 보이는 바다는 평화로운 삶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반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는 인간의 갈등을 나타내는 기호이며,불안감을 수반하는 재난이 곧잘 동반된다.
물에 대한 이미지도 동양영화와 서양영화 사이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종교적인 면에 있어서 그렇고,사색과 낭만의 공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대륙과 섬나라가 다르고,물이 풍부한 지역과 물이 귀한 지역에도 차이가 있다.
물이 가난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많은 영화들이 있다.<저 하늘에도 슬픔이>에서는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가난을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물과 비는 인간이 신에게 접근하기 전에 또는 신에게 고백하기전에 마음을 정결케 하고 죄씻음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모든 슬픔과 더러움을 씯는 도구로 사용된다.
<아다다>에서 모든 돈이 강물에 떠내려 가고 주인공이 물속에서 죽음으로써 인간의 허영과 부질없는 욕망을 일깨우고 있고,<땡볕>에서 주인공은 생존을 위해 유린된 자신을 탓하며 물로 자신의 아래부분을 씻어내면서 속죄한다.
그런가하면 젊은이들에게 바다는 낭만적 공간이다.<연풍연가>에서 남녀 주인공은 사랑에 빠져 바다는 그들에게 사랑을 이어주는 구세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풍요를 기원하는 태국의 물세레 축제가 있는가하면,많은 영화작품에서 물은 인간을 구원하는 도구로서 등장하고 있다.물이 있는 곳은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하고,희망이기도 하며,죽은 나무를 살리는 도구이기도 하다.또 비는 수행중에 맞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속의 물은 많은 이야기의 보고이고 환상의 이미지로도 많이 등장한다.물의 범위는 정글에서 강,바다를 뛰어넘어 가상의 지하공간 까지를 넘나든다.<그랑블루>는 해저의 신비를 그리고 있으며 <지중해>는 육지와 떨어진 공간에서 치뤄지는 전쟁을 담고 있다.<
인어공주>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꿈을 주고 있고,<프리윌리>는 물을 가까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물의 소중함을 주며,<유보트>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아나콘다>는 물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 한다.<노인과 바다>는 인간의 모험심과 도전을 그리고 있다.<청사>는 물에 사는 용을 형상화한 것이다.모두 물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의 변형에 착안한 영화들이다.
영화속의 물의 이미지는 결국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우리는 물의 깨끗함으로 우리에게 감동과 희망,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그런 물의 이미지를 생각해 내고 싶다..
<수자원공사>99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