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학,시나리오 작가
지상학 애니 선집에 부쳐
판타지적 상상, 애니적 삶- 지상학의 애니토피아
시나리오 작가 지상학이 펼쳐온 애니토피아에는 약간은 익살스럽게, 애국심을 소지하고 미래를 향해 희망을 갖고 전진하는 친근한 이미지의 주인공들이 가득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 카리스마 뒤에 숨어있는 ‘인정’이라는 금광을 탐방한 사람들은 그의 영화세계를 가늠한다.
“즐겁고 신나는 영화를 좋아하고 또 그런 작품들을 쓰는 것이 내 취향에도 맞는다.”고 작가는 유쾌하게 말하고 있다. 거장 유현목은 지상학의 능력을 한 번에 알아보고 지 작가의 상상력이 미치는 한계까지 풀 옵션의 애니의 경지를 개척할 것을 엄숙히 명한다.
이리하여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가 탄생된다. 장난감도 제대로 없던 시절의 이 작품은 어린들의 시청각 교과서로의 기능을 수행한다. 유현목의 혜안과 지상학의 상상력, 김청기 감독의 노동에 가까운 노력의 결실이다.
1976년,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브이,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하며 귓전을 때리던 ‘로봇 태권 브이’의 주제가가 아직도
생생하다. 개봉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몰고 온 작가의 작품집 역시 사뭇 기대가 된다.
그의 만화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현실에서의 작가처럼 남에 대한 배려와 자상함이 가득하다. 그가 만화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때는 소년적 감성이 많이 남아있던 20대 중후반이었다. 늘 고향 같은 언덕으로 자신이 다리가 되겠다고 하며 만화세계를 창조해온 뚝심이 놀랍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을 전쟁에서 구해낸 장군의 뿌듯한 심정으로 지상학은 충무로에 당당하게 입성한 것이다. <로보트태권V> 이후 지상학은 거의 독점적으로 만화영화 시나리오를 써서 애니메이션 붐에 지대한 공헌을 했고, 지상학의 애니토피아를 마음껏 펼치게 된다.
시나리오작가, 방송작가, 영화제 심사위원, 영상․방송작가 교육원 교수, 영상작가그룹「창작시대」대표, 한국영화인협회 이사, 대학교수,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로서 겸손하게 이제야 펴내는 그의 애니 선집은 그래서 더욱 값지다.
필자가 ‘유 프로덕션’에서 도제수업을 하고 있을 때 지상학의 <로보트태권V>를 수입하겠다고 찾아온 필리핀 극장주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유명한 만화영화의 시리즈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 애니 선집에 실리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그의 애니 선집에는 1. 로보트태권V 1편 2. 로보트태권V 2편 우주작전 3. 로보트태권V 3편 수중특공대 4. 로보트태권V 4편 지하대탈출 (미발표작) 5. 별나라 3총사 6. 타임머신 001 총 6편이 수록되어 있다.
지상학의 애니 선집에 실려 있는 대표작들을 살펴보자
●로보트태권V
27세에 쓴 지상학의 시나리오, 김청기 감독의 <로버트 태권V,1976>는 유프로덕션과 서울동화가 공동제작사이고, 제작자는 유현목 감독이다. 원화/임정규, 배경/오응환, 검수/조항리, 촬영/조복동,음악/최창권이 협력한 작품이다.
일본 만화영화 <마징가제트>에 열광하고 있던 어린이들을 보고 유현목 감독이 우리 혼이 담긴 우리식 만화영화 시나리오 창작을 권하면서 <로보트태권V>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대한극장 앞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후 <로보트태권V>는 2, 3편이 더 제작되었다.
<로보트태권V>는 지 작가와 김청기 감독이 많은 토론 끝에 만들어낸 시나리오이다. 2007년, <로보트태권V>는 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해 10억 원을 들여서 디지털로 복원되었다.
지금은 촌스럽지만, 76년 당시에는 그토록 열광했던 스토리와 대사의 작품은 아직도 복원이 더 필요하고 타이틀백도 모두 외국인으로 바뀌어 있다. 시나리오 작가의 이름도 빠져있고, 지금 기준으로 서체 등 모든 것이 조잡했다.
지금 주식회사 로보트태권V에서는 초대작 실사영화 <태권V>를 몇 년째 기획 제작 중에 있고 디지털로 복원된 <로보트태권V>는 올해 일본에서 개봉되기도 하였다.
●별나라 삼총사
선우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임정규 감독의 <별나라 삼총사,1979>는 촬영/조민철․ 조복동,원 화/정수용, 배경/김영구가 협력한 이 작품은 <전자인간 337> (삼도필름,1977년) <타임머신 001> (선우프로덕션,1980)과 함께 임정규 감독과 같이 작업한 작품이다.
임 감독과는 이후에도 <우주특파원Q>라는 애니메이션을 같이하기로 하여 시나리오까지 완성하였지만 제작사측 사정으로 영화화가 안 된 적도 있었다.
<별나라 삼총사>와 <타임머신 001>은 <로보트태권V>로 시작된 애니메이션 열풍에 힘입어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하였다. 임 감독은 본래 <로보트태권V>에서 원화를 담당했다.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로 감독 데뷔하였고, 그의 <별나라 삼총사>는세 번째 작품이다.
삼총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가며 모험을 벌이는 내용으로 4032년의 서울의 모습과 5천만년전의 공룡 시대가 함께 펼쳐져, 어린이들을 흥미진진한 세계로 안내하는 작품이다.
제작사인 선우프로덕션은 본래 광고회사였는데 위의 두 작품을 비롯 이후에도 지상학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엄마 찾아 삼만리>, <15소년 우주표류기> 등을 제작하였고 몇 년 전에는 <사이렌>이라는 극영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타임머신 001
선우프로덕션이 제작한 임정규 감독의 <타임머신 001,1980>은 촬영/조민철, 원화/윤영상배경/김영구가 협력한 작품으로 아인슈타인이 정립한 시간 여행을 어린이들에게 이해시켜주기 위하여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