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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화가 이청운

장코폴로 2013. 8. 6. 10:54

너무 그리워서 그림전 여는 전업작가 이청운

 

‘한국현대미술의 위대한 거장들 전’에 끼는 천재화가 이청운, 세간의 끊임없는 관심과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아온 그가 화답으로 2006년 여덟 번째 전시회'이청운의 그림 이야기전'을 연다. 도회의 소시민적 삶을 관조해온 그는 구본웅, 권옥연, 김창렬, 김환기,남관,문신,변종하,오지호,장욱진,송수남,오세열,이강소 등과 같은 자리에서 찬란한 빛을 발한다.

 

이청운은 인사아트센터에서 오월 세 번째 수퍼 수요일을 화려하게 열었다. 2002년 7회 개인전(예화랑, 서울 압구정동)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의 신작 발표는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에게 4여년의 세월은 천년의 고독에 버금가는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우주의 대화를 토해놓는 듯한 살가운 언어구사는 곧장 리얼리즘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이끈다.

 

청운의 그림이 정감이 가는 것은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을 프레이밍하고 그의 삶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세상을 따스하게 응시하기 때문에 그의 그림들은 우리와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한다.

 

청운의 삶이 녹아있는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은 이제 동경과 환타지, 인간과 자연의 합일, 그는 끈질긴 삶과 예술의 변주를 강한 원색을 구사함으로써 무한의 낭만적 동경으로 바뀐다. 청운은 우울의 터널을 관통하면서 강한 에너지를 확보한다.

 

파벌의 그늘을 우회한 그는 로켓엔진을 장착한 비행기처럼 빠르게 자기의 세계를 구축해 나아갔다. 71년 구상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더니 80년 중앙일보사가 주최하는 중앙미전에 특선되었다. 이후 한국일보는 81년 시인이 뽑아본 국전대상 구상부분 최고작의 영예를 이청운에게 주었다. '한국 미술에 새 시대를 연다는 취지로 시작된 중앙미전에서 82년 대상수상은 그가 한국화단의 중심에 서있음을 입증했다.

 

85년 미술기자상 수상으로 객관적 평가를 받은 뒤 도불 87년 살롱 도톤느 1등상(그랑벨레미술관)을 받은 것은 국제적으로 그의 재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92년 '92 현대미술초대전, 개인전(예화랑, 서울)을 비롯한 추천작가전, 97년 한국전업작가회 창립전(덕원미술관, 서울), 98년 성미술. 성풍속전(한국경제신문사, 서울)등으로 가볍게 워밍업을 해온 그가 9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최우수 예술인'상과 2006년 예술발전상 수상은 평론가들이 꾸준히 그의 후작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작품의 배경은 주로 포구나 산동네 등이다. 서민들의 삶의 공간이어서인지 그 풍경은 다소 우울하다. 푸른 빛 바다가 가져다주는 가라앉은 분위기, 그곳에서 힘겹게 일하는 어민들, 일상에 지친 산동네….'라고 인식되듯 이청운은 '작지만 소중한 것은 일상과 가족이라고 늘 주창하고 있다.

이청운 일찍이 문인들에게도 명제적 인물로 부각되었다. 신경림 시인은 『광안리』에서 이청운이 전쟁통에 번호만 안고 자라, 대밭을 부는 바람소리가 무서워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 푸른 하늘과 파도, 하늘이 친구였음을 밝히고 있다.

 

장승업과 이중섭의 정신사를 계승하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서정적 향수와 낭만성, 그의 새로운 방향성을 감지해 내게 하는 유니크한 칼라로 그의 현실과는 차별화 되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유화는 구상 속의 추상과 환타지로 우리를 순수의 모습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 이미지'를 갖는다. 전업작가로서 그의 작품들은 프랑스 살롱 도톤느에서 동양인 최초의 대상을 수상했을 때의 분위기와 화풍이 감지된다. 그는 삶의 체험을 형상화해내면서 인간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난삽한 세상에 일정한 선을 긋는다.

 

암갈의 시대를 관통한 뒤 향수를 자아내는 진청의 봄으로 장식한 그의 신작들은 피카소의 핑크기에 견주어진다. 이번 작업의 의의는 지독한 가난과 살점을 떼어내는 굶주림 속에서도 작가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만이 정리해낼 수 있는 작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사실적 태도에서 낭만적 화풍으로 새로운 일깨움을 선사한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서정적 리얼리티는 사실 그의 치열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는 병마와 투쟁하며 회화의 낭만성과 상반되는 어눌한 말투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어눌함이 정체되고 억눌린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회화는 강렬한 원색 구사로 극 사실의 오브제를 포착해내고 있고, 빈한의 모티브로 이용되던 달동네의 이곳 저곳, 널려있는 서민들의 모습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그려낸다.

 

그에겐 자유분방한 동네 개들이 있어 이웃을 느끼며, 바다와 갈매기가 있어 생존을 그리워했다. 특히 그의 삶과 세월을 반추한 '그림이야기 전'은 완벽한 몽타쥬 기법으로 회한과 고독을 넘은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에서 오스카의 오기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왜곡된 권력과 광기 앞에 저항했던 오스카가 다시 성장하듯 이청운은 정신과 물질의 혼재 속에 세상, 인간, 공간을 재해석 해내며 진행형으로 가고 있다.

 

이제 그가 심도 깊게 포착해낸 오브제들은 또 다른 낭만성을 추구하면서 우리를 대화의 창으로 이끈다. 그의 '그림 이야기전'이 괴테의 '예술동화'를 읽는 즐거움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혼자 개간한 밭에 핀 유채꽃을 보는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세상은 진솔한 화가들이 있기에 행복하다.

 

장석용(문화비평가) 2006년 인사아트센터 2층.오프닝 사회 장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