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와 영화읽기
그린존
장코폴로
2010. 3. 2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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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존(GREENZONE)'
지난 3월 7일 열린 제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사운드 믹싱상, 사운드 편집상, 각본상을 휩쓴 캐스린 비글로 감독의 '허트 로커'는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 테러리스트들이 설치한 폭발물을 제거하는 위험한 임무를 맡은 실제 미군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반(EOD)의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전쟁터 한 복판의 폭발물 처리반 소속 군인들이 느끼는 공포와 긴장감에 초점을 맞춘 “허트 로커”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시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영상, 그리고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 큰 호평을 얻었다.
2004년 '본 슈프리머시', 2007년 '본 얼티메이텀'을 통해 첩보 액션의 진수를 보여줬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본 시리즈의 주인공인 맷 데이먼의 출연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큰 기대를 모은 '그린존(GREENZONE)' 역시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충격적인 실상과 숨겨진 음모를 보여주는 전쟁영화인 동시에 본시리즈를 잇는 액션 스릴러로서 '허트 로커'와는 차별화된 극적재미를 만끽하게 해 준다.
이 영화는 '워싱턴포스트'의 바그다드 특파원을 지낸 라지브 찬드라새카란의 동명 논픽션 소설 '그린존(Imperiel Life in the Emerald City; 에메랄드시티의 제국생활)'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그린존'은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뒤 후세인이 사용하던 바그다드 궁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 경계구역으로 미군 사령부 및 이라크 정부청사가 자리한 전쟁터 속 안전지대이다. 고급 수영장과 호화 식당, 마사지 시설, 나이트 클럽뿐 아니라 대형 헬스클럽과 댄스 교습소가 있는 이곳에선 이슬람 국가에서 금지된 술이 허용되었고 이곳의 미군 장교들은 '그린존'담 너머의 유혈사태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들만의 호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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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비행의 이론'으로 데뷔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2002년 북아일랜드의 유혈사태를 다룬 '블러디 선데이'로 2002년도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하여 명성을 얻었고 2006년, 9.11 테러라는 사회적 이슈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플라이트 93'을 통해 실제 사건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과 사실적인 표현 기법으로 호평을 얻었다.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으로 액션 스릴러에 있어서도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준 그는 '그린존'을 통해 무수한 음모론이 존재하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실상을 정면으로 파고들면서 사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액션스릴러를 각인시킨다.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세계 평화 유지’라는 대의 명분을 내세운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 정부의 숨겨진 음모를 그린 이 영화는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라는 인상적인 카피처럼 의혹을 품고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파헤쳐가는 주인공 ‘로이 밀러’의 진실 찾기를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의 결론은 ‘대량살상무기란 없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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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핸드헬드의 극단적인 현장감으로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을 보여주는 폴 그린그래스 특유의 다큐멘터리식 기법에 있다.
또한 스피디한 편집을 통해 '본' 시리즈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던 편집 감독 크리스토퍼 라우즈와 극적 긴장감과 액션의 효과를 끌어올렸던 음악 감독 존 파웰은 물론 지적이면서도 믿음직한 연기와 사실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맷 데이먼의 열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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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다 알려진 미 정부의 음모이지만 그런 만큼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보여주면서도 심각한 전쟁드라마로 귀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릴이 넘치는 전쟁 첩보 액션으로 차별화하여 극적 긴장감과 극적 재미를 잃지 않는다.
탄탄한 스토리로 거대한 스케일의 추격 액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의 멋진 합작품으로 앞좌석 관람은 피하는 게 좋다. 멀미조심!
<고인배 영화평론가 paulgo@paran.com>
[사진=영화 '그린존']